두 개의 태풍이 지나간 계절엔 어느새 파아란 가을하늘이 펼쳐져 있습니다.

매몰찬 비바람과 파도로 인해 피해를 입은

농어민, 가난한 이들의 마음에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지나간 태풍은 위대한 자연 앞에 속좁게 서 있는 

내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부처님의 질책이기도 합니다.

석두 희천(700~790) 선사의 선법을 이은 분 가운데 귀종 책진(~979) 선사가 있습니다.

하루는 어떤 스님이 귀종 선사에게 물었습니다.

"부처란 무엇입니까?"

"내가 그대에게 알려주고 싶으나 그대가 내 말을 믿지 않을까

싶어 일러주기가 어렵네."'

"천리만리를 멀다 여기지 아니하고 스님을 찾아왔는데

어찌 스님의 말씀을 믿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내 말을 믿겠는가?"

"꼭 믿겠습니다. 선사의 말을 어찌 믿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일러주겠네. 부처란 별 게 아니네.

그대가 바로 부처이니 그대 마음이 곧 부처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