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가 스님은 마을에 살 때 오랫동안 유교와 도교를 공부했다.

그러나 마음에 궁극적인 안정이 되지 않아 그 마음의 평화를 얻고자

소림사에 면벽하고 있는 달마 조사를 찾아갔다.

달마 조사는 처음에는 제자로 거두어 달라는 혜가 스님의 간청을 들어주지 않았다.

몇 차례 간청해도 달마는 말없이 벽만 바라볼 뿐 묵묵부답이었다. 

때는 섣달 겨울, 그날따라 눈이 하염없이 내리고 있었다.

혜가 스님은 마당 한가운데 서서 애원했으나 안으로 들어오라는 말 한 마디 듣지 못했다.

눈은 계속 내려 마침내 혜가 스님의 무릎까지 차올라 왔다.

밤이 깊어지자 혜가 스님의 하반신은 눈 속에 파묻힐 정도였다.

그래도 스님은 합장하고 선 채 물러서지 않았다.

그제야 달마 조사는 혜가를 돌아보며 한 마디 던졌다.

"무엇을 구하러 여기에 왔는가?"

"바라옵건데 스승이시여. 감로의 문을 활짝 열어 이 중생을 구원하소서."

달마 조사가 말했다.

"모든 부처님의 위없는 깨달음은 여러 겁에 걸쳐 고행한 열매이다.

그대는 작은 뜻으로 크나큰 가르침을 구하려 드는구나."

그러자 혜가는 지니고 있던 계도로 자신의 왼쪽 팔을 잘라 조사께 내보였다.

그때야 달마 조사는 혜가 스님을 제자로 받아들였다.

"부처님과 보살님들이 법을 구할 때에는 몸을 몸으로 여기지 않았다.

이제 그대가 팔을 끊어 믿음을 보였으니 법을 구할 만하구나."

혜가 스님이 물었다. "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부디 제 마음을 편안케 해 주십시오."

조사가 대답했다. "불안한 그 마음을 가져 오너라. 마음을 편안케 해 주리라."

"마음을 찾아도 찾을 수 없습니다."

"찾을 수 없다면 그것이 어찌 그대의 마음이겠는가?"

"나는 벌써 그대의 마음을 편안케 했느니라."

혜가 선사는 이 말을 듣고 그 자리에서 크게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