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잠을  잔들  쫓길  것  없는  고요한  일요일  아침이다.  

머리맡에  틀어놓은  봄가곡  노래  소리 정겹다.

고마운  베게와  이불  곱게  개켰다.

십여  평  화단에  고무호스로  시원히  물을  줄까  생각하고

앞  베란다  커튼을 젖혔더니  기대않던  봄비가

간  밤에  촉촉이  내렸구나.

마치  아기를  돌본  엄마  손길  같네.

자목련  가지에  빗방울  아직  수줍게  달려  있는데

얼마  전  고루고루  뿌려놓은  퇴비  적실만큼의  양이네.

꽃샘추위  눈치를  보던  수선화가  그의  동무  히아신스와  

돌  틈바구니에서  꽃얼  내밀었네.  봄꽃  향기  은연히  도는  화단을

참새  한  마리  머물다  포르르  날아가네.

지하실에  사는  백고양이  형제도

꽃부리  다칠까  아침  화단을  조심  건너는  모습에

아,  봄은  그저  오지를  않는구나.

서로의  기다림과  바람을  하느님이  돌보시는구나.

매서운  겨울이  있어  오는  봄이  좋구나.

노자의  有無相生을  육십  둘  마음에  새겨본다.

이  봄  맞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