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까지  어찌어찌  네  권의  단행본(book)을  출간하였다.

책  속에  든  알곡이  많지야  않겠지만  그래도  참말  다행스럽고  기쁘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이러저러한  일에도  독서와  메모  또  너무  늦지는  않게

일기를  써왔던  것이  계기(契機)가  되었다.  어느덧  14년이  되어간다. 

내가  일기의  소중함과  일기  문학에  매료된  것은

헨리  데이빗  소로(1817~1862)와  토머스 머튼(1915~1968)  일기를  읽고서부터다. 

우연한  만남이  아니었다.  나의  하나님께  고맙고  감사하다.

내  책은  대중의  인기나  명성과는  거리가  있다.

그렇지만  나만이  꼼지락거리며  걷고  쌓을  수  있는  건초더미  같은  것이다.

언젠가  유용한  사료와  퇴비가  될  줄  뉘  알겠나.

내가  닮은  그런  사람이  있다.  알리  프레데릭  아미엘(1821~1881)이다.

스위스  제네바  대학의  미학 · 철학  교수였으나  전문적인  업적일랑  평범하였고

생전에  출판된  시집도  거의  인정받지  못하였다.

소심했던  그가  18세부터  죽기  직전인  60세까지  쓴  <아미엘  일기>는

오늘날에  와서야  비로소  주목을  받게  되었다.  자신의  내면을  파헤쳐  자기분석의  즐거움과

기쁨을  찾아가는  순수한  영혼의  생의  발자취  기록이다.

그는  일기의  의의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일기는  고독한  사람의  정신적  친구이고  위로의  손길이며  또한  의사이기도  하다.

매일매일  하는  이  독백은  축복기도의  한  형식이고,  혼과  그  본체와의  

대화이며,  신(GOD)과의  이야기이다.

우리의  전체를  되찾아  주는  것,  우리를  혼란에서  밝음의  속으로,

번뇌에서  고요함  속으로,  이산(離散)에서  자기파악으로,  우연한  것에서  영원한  것으로,

특수화에서  조화로  이끌어  가는  날마다  독백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