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운의  깨달음을  왜곡없이  전한  「동경대전  1,  2권」을  완독하였다.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입에서  저절로   “이제야  수운을  만나다니.. ”가  튀어나왔다.

동학은  유 · 불 · 도(선)를  깔고  있는  조선문화의  기나긴  전통의  축적에서  발생한  것이지만

그들과는  직접적인  이론적  관계가  있는  건  아니었다.

동학은  오로지  수운  최제우의  직접적이고  정직한  실존적  자각에서  나온  것이었으며

타  기성종교의  깨달음의  이론적  결구를  짬뽕하여  만들어진  것도  아니었다.

동학은  당시의  서학(천주교)의  반대말  동학이  아니다.  무극대도(無極大道)였다.

동학은  유 · 불 · 도(선)를  초월하는  독창적  사유와  사상이며  깨달음이고  세계이기에

유 · 불 · 도(선) 뿐만  아니라  당시  천주교와  오늘날의  기독교를  거침없이  수용하고도  포섭한다.

모든  종교의  본래  모습이  동학이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나는  책을  읽으며  기독교  그리스도  신앙을  회상하고  반추하는  시간이  많았다.  

지금껏  만나보고  접해본  사유  가운데  가장  깊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날  먼발치서  

다석(多夕)을  만난  후  두  번째  충격이었다.  하나님  아는  지식에  유익했다.

이제  나는  수운의  깨달음과  생애를  잊지  못하리라.

도올  김용옥  선생의  해박하고  열정적인  번역  또한  손에서  책을  놓지  않게  해주었다.

한국의  독자적인  세계적  사유와  사상과  정신과  신학을  발견하고  만난  기쁨이  크고  우렁하다. 

누군가  한국을  대표하는  사유를  묻는다면  나는  서슴없이  수운을  이야기하리라.

광천샘으로부터  기쁨의  방울  보글보글  올라오건만  책거리  동무가  없어  아쉽다.  

수운이  하느님과  혼연일체  된  장쾌한  모습을  그린  그의  시  ‘검결(劍訣)’을  마지막으로

책과의  작별을  고한다.  하루를  살아도  수운처럼  살고파라.  

때다 !  때다 !  이  나의  때다 !

다시  돌아오지  않을  절호의  때다 !

만세에  한번  날까말까  하는  장부로서  오만년만에  잡는  때다!

용천검  잘  드는  칼을  아니  쓰고  무엇하리 !

용천검  날랜  칼은  일월을  희롱하고

게으른  무수장삼  우주에  덮혀있네 !

만고명장이  나  말고  어디에  또  있겠느냐 ?

나  수운 !  이  장부  앞에  나를  당해낼  장사는  없느니라 !

좋을시고  좋을시고  이내신명  좋을시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