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씨란다.

직박구리  한  마리  산수유나무에  앉아  열매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앉았다  날아간  나뭇가지는  앙상하게  흔들렸다.  이맘때  나는  얼지  않고  흐르던

해남군  현산면  안평리  고향  마을의  징검다리  냇가가  떠오른다.

누가  지시한  것도  아닌데  아침이면  어김없이  이십여  가구  사람들은

좌뇌와  우뇌가  뇌간으로  연결되듯  동네  한가운데를  쿨럭이며  힘차게  흐르던

오십  보의  징검다리로  모여들었다.

어느  날  왁자지껄  서울  소식을  전하는  부잣집  경환이네가

향기  나는  빨간색  세숫비누를  들고나왔다.

그날  내  손에  들린  빗바랜  빨랫비누가  유난히  추웠다.

나는  까까머리에  빨랫비누를  박박  문지르고는  흐르는  물살에

두  눈을  크게  뜬  채로  머리를  담갔다.  물살  아래  조약돌과  까만  삐둘이가  훤했다.

세숫비누나  빨랫비누나  매한가지였다.

그때부터  난  차별  않는  자연이  좋았다.

오늘  아침은  냉수  수도꼭지를  틀어  맨머리  들이대고  감았더니

옛날처럼  얼얼하니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