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봄날  아침이다.

어제  사다  뿌려  놓은  퇴비가  아침  햇볕에  포슬포슬하다.

마치  살아  있는듯하다.

지난해  환갑에  세상을  떠난  시인  털보네

미망인  화원에서  사온  것인데  오랫동안  팔리지  않고

도로  가에  묵혀  있던  것들이다.

포대  꽃그림  색이  바래고,  아예  지워질  만큼의

오래된  것이라서  화단에  풀어놓자  마치  숨을  쉬는  듯하더니

십여  평의  화단이  까만  퇴비로  곱고  복슬복슬하다.

돋아나는  튤립,  난초,  호박꽃과  백모란,  천리향과  비비추,  진달래며 

빼꼼  얼굴을  내민  산수유  꽃과  부스럭대는  자목련도

퇴비는  새로  깔아  놓은  아랫목  이불  같으나  보다.

저들  침묵의  즐거움이  보인다.

맛있는  아침  밥상을  받아든  몸짓이다.

화단  식물은  생명체요  우리네  다정한  이웃이다.

오늘이  서기  이천이십사년  삼월하고  십일.

어제와  다르고  오지  않은  내일과도  분명히  다른

완전히  새로운  날이다.

매일을  새롭게  살아야지  다짐해본다.

筍日新  日日新  又日新  새길  잃어버린  나의  육십  둘

놋쇠  세숫대야를  찾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