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잘하지는 못하지만 사업을 하며 틈틈이 일기를 쓰고,

독서를 통해 붙들고 싶은 명구도 적어두고, 때로는 어설피 시도 쓴다.

이래 저래 세어보니 어느새 600편을 넘겼다. 

서투르기 그지없을 터인데 읽고 가는 이가 종종 있어,

두려운 마음에 시인인 동생에게 진위 여부와 내용 검토를 의뢰해 두었다. 

출간도 하고 싶지만 적지않은 비용 때문에 후일로 미루고만 있다.

돌아보니 글을 쓰게 된 것은 나의 사소한 일상에 있다.

뭐 그리 대단한 삶을 사는 자가 아닌 만큼 어렵게 생각할 게 없다 싶어,

스쳐 지나가는 생각을 채로 파리 잡듯 메모한 것이 그 시작이 되었다.      

묘계질서(妙契疾書), 순간의 생각을 놓치지 않고 메모하는 습관. 

다산 선생에게도 수사차록(隨思箚錄)이 있었다 하고, 장횡거는 정몽을 지을 적에

거처의 곳곳에 붓과 벼루를 놓아 두었다가 생각이 떠오르면 메모했다고 한다. 

성호 이익 선생도, 이수광의 지봉유설 역시도, 

열하일기 또한 귀국 후 여러 해 동안 노정에 적어 두었던 거친 비망록을

바탕으로 생각을 키워 나가 완성시킨 결과다.

사소한 일상의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이 서말 구슬로 꿰어지면 보석처럼 영롱하다.

우리의 사소한 일상 속에는 매일 밝고 맑은 구슬이 열린다.

나의 일상의 메모도 언젠가 영롱한 보석이길 바라는 것은 욕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