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아침이다. 따듯한 기온에 안개의 무리가 공기 흐름을 따라 조용히 떠다니고 있다.

가정과 가족과 효를 생각해 본다. 사람이 어릴 때는 어버이를 하나님처럼 받들고,

자라서는 배우자를 하나님처럼 사랑하고, 늙어서는 자식들을 하나님처럼 의지한다.

그러나 가정밖에 모르면 가정에 갇히고 만다.

가정을 이루지 않았던 예수처럼, 혼인 하여 아내와 자식을 두었건만 집을 나와

승려가 되었고, 뒤이어 아내와 아들도 승려가 되었던 석가처럼,

아내와 자식을 두었으나 수레를 타고 방랑을 하느라 가정생활을 못한 

공자라면 무슨 걱정이 되겠는가.

일찍 아버지를 여읜 예수는 가족에 대해 이렇게 말하였다.

"내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이다."

이는 짐승인 핏줄(혈연)을 지양하고 하나님 아들인 얼(성령)로 초월하자는 말씀이다.

제 가족을 사랑하지 않는 이도 못난이지만, 제 가족 밖에 모르는 이 또한 못난이다.

공자의 언행이 적혀 있는 논어에는 어버이에게 효도하라는 말씀이 있지만,

공자 자신이 어버이에게 효도하고 제사 올린 데 대해서는 거의 말이 없다.

후대의 사람들 생각과는 다르게 공자는 가족 지상주의자가 아닌 것이다.

공자는 하늘(하나님) 외에는 함부로 제사 지내는 것을 배격하였다.

짐승과 달리 사람의 예를 통해 하나님을 찾아 하나님 계신 곳에 이르고자 하였다.

하나님 사랑에 이른 이만이 어버이도 가족도 바로 사랑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유교가 그렇게 효의 도를 외쳐 왔건만 어찌해 오늘날 불효의 세상이 되었나.

하나님 아버지에 대한 천효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어버이 효도 따라서 무너진 것이다.

가족주의에 빠진 유교가 부활할 수 있는 길은 가족주의를 극복하는 것이다.

하나님 신앙으로 지향된 가정이야말로 진정한 효가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