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영철이가 3년여 만에 인천에 내려왔다.

고등학교 때 친구다. 보고 싶다고 전화했더니

만사 제치고 와준 친구. 기쁘고 반갑다.

못 마시는 술이건만 둘이서 삼겹살을 구우며 부모님이야기

아이들이야기, 그간 살아온 이야기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소주와 맥주를 했다.

이 험한 세상 옛 친구들이 그리웠다.

떠오르는 친구들 전화번호를 번갈아 찾아보기도 하고,

지난달 위암으로 세상을 뜬 친구의 사연과 뒷이야기도 들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어느덧 33년이다.

그래도 서로의 눈빛과 기억 속에서 우리는 아직 고교시절을 살고 있었다.

둘 다 얼굴이며 표정 목소리에 별반 변함이 없다.

영철이가 서울행 좌석버스를 타기 전 내게 껌 하나를 주었다.

직사각형의 딱딱한 옛날 껌인데,

혹시나 하고 불어봤더니 풍선껌이다.

고교시절 늘 입에 물고 다니던 껌. 따악! 딱!

소리하며 균질하게 풍선을 불어대곤 했던 그의 모습이 떠오른다.

가난한 가족사를 내색하지 않으려 했던 전교석차 1등의 친구.

헤어지며 궂은일에도 서로 연락하며 지내자 했다.

6만6천원의 소홀한 대접이었건만 후한 대접을 받았다며

서울에 오면 꼭 연락하라고 문자를 보내왔다.

고맙다. 내 친구 영철아!

뭐가?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