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작가 조이스 럽이 지은 「산티아고 가는 길, 느긋하게 걸어라」를 읽고 있다.

산티아고 가는 길(카미노)은 프랑스 생장피드포르에서

성 야고보의 유해가 있다는 스페인 산티아고까지 6주에 걸쳐 걷는 순례길이다.

중세이후 수많은 순례자들이 찾아간 길.    

지난 주 교보문고를 들러 책속을 헤메일 때에 손바닥만한 크기의

이 책이 나에게 손짓했다.

책 값이 8천원이다.

아침 저녁으로 이 책에 귀 기울이다 보니 어느새 나도

행복한 순례자가 된 듯 하다. 언젠가 봉혜와 두 아들을 데리고

산티아고 가는 길을 걷고 싶다. 

하나님은 유한한 것들을 통해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느긋하게 산길과 들길을 걷는다는 것은 그 아름다움을 보고 누리는 삶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순례의 길은 느린 듯 하나, 전진이 있고 모험이 있으며

분명한 향방이 있다고도 한다.   

오늘 아침 읽은 것 가운데 이런 대목이 눈에 띈다.

조이스 럽은 그렇게 써내려 가고 있다.   

여정의 종착점은 산티아고 성지이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마음

자세로 한걸음 한걸음에 임하느냐는 것이다.

인생의 순례도 그와 같음을 카미노는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다.

우리의 영적 여정을 달라지게 하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삶의 상황에 반응하는 방식이다.

우리는 종착점인 죽는 날까지 기다리고 나서야

본연의 자신이 되는 것이 아니다.

영적으로 변화되어 가장 자기다운 모습이 되어가는 과정은

길 가는 내내 아루어진다.

편하고 안전한 내 집을 떠나 카미노를 걷는 동안 마음속에 무슨 일이 벌어진다.

순례자의 삶은 더 단순해지고 생각은 더 명료해진다.

마음은 두고 온 것에 대한 집착을 잃고, 현존하는 것의 아름다움에

더욱 더 공명하게 된다.

뭔가 은밀한 매혹이 순례자를 불러 계속 길을 가게 하고

오르막을 또 오르게 하고 모퉁이를 또 돌게 한다.

걷는 몸의 리듬 속에서 영혼도 제 나름의 모험과 조화의 리듬을 얻는다.

몸과 영이 서로 친구가 되고, 그 과정에서 뭔가 더 큰 것과

연합하여 새로운 일체감을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