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종류 가운데 '시누대'라는 것이 있다.

낭창낭창하지만 쉬이 부러지질 않아서 연을 만드는데 제격이다.  

시누대는 또 신죽과 구죽으로 구분이 되는데, 

시누대를 아는 이, 아마도 우리 또래가 마지막이 아닐까 싶다. 

잊혀진 단어 시누대를 얼마 전「미당의 미발표 시,

'정말 보기 좋은 것'」에서 만났다. 

내 고향 남쪽나라 탑동리의 집집마다 마당을 들어서면 좌우로

또는 뒤뜰에 시누대밭이 있었다. 내가 살았던 아랫마을 안평리에는

왜 시누대가 없었을까?

윗마을 탑동리가 산비탈을 따라 마을이 조성돼 있고,

대나무와 동백나무에 적합한 기후와 토양임을 

훗날에야 알게 되었다.      

겨울 이맘때면 친구들과 윗마을로 시누대를 사러가곤 했다.

5원에 한 개. 어쩌다 15원을 내밀면 부엌에서 마을누나가 뛰어나와

눈 덮인 시누대밭에서 낫으로 시누대를 쪄주곤(베다) 했다.

그 때 미당의 시에서처럼 파다거리는 소리가 났다.

누나 치마 자락에 부비는 소리 같기도 했고, 연애를 막 마친 

두메산골 계집애가 서둘러 사라지는 소리 같기도 했다.

아버지의 산비탈 밭둑에도 작은 시누대밭이 자라고 있었는데,  

그 곳에서도 파다거리는 소리가 났다. 겨울 꿩과 참새들,

산토끼들도 파다거리는 시누대밭을 좋아했다.    

미당이 저승에 가서도 보고 지내고 싶다던 시누대 파다거리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은 것인 줄 이제야 알게 되었다.

고맙구나, 가난했던 내 유년의 시누대야,

파다거리던 시절의 댓잎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