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다. 오후 다섯 시가 되면 벌써 땅거미가 진다. 

오늘 운동은 즐거웠다. 내리 세 게임을 소화했다.

근래 최장 시간을 뛴 것이다.

아침에 쌀쌀했던 날씨가 점점 누그러지며,

운동을 하기에 안성맞춤의 날씨가 돼 준 것도 한 몫을 했다.

운동이 끝나고 임원회의를 굴국박집에서 가졌다.

내주에 있을 축구회 총회 준비를 위해서다.

매생이국을 시켰고, 굴전에 맥주와 소주도 나왔다.

한 해 건강하게 운동할 수 있어서 감사드린다.

2년간 맡았던 동춘축구회 회장직을 무사히 내려놓는다.

그동안 협력해준 회원들께, 집행부에, 그리고 임원과

고문님들께도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다.

작은 사이즈의 골대를 정규 규격으로 교체했다.

매년 2월에 눈이 녹으면 운동장에 100여포대의 소금을 뿌렸다.

여름용과 겨울용의 조끼를 해 입었고, 운동장 조회 때는

고문님들께 먼저 발언권을 드렸다.

세 번의 우승을 했고, 아쉬운 준우승은 더 많았다.

이천오백여만원에 달하는 살림은 회원들의 찬조와

집행부의 알뜰한 씀씀이며 회계관리로 그 어느 때보다 풍족한 잔고를

후임 집행부에 넘겨주게 되었다.

회원들 간에 화목하고 탈없이 운동할 수 있었다.

모두가 서로에게 감사하고 고맙다.

회장을 맡으면서 추구했던 작은 질서, 작은 기쁨이

즐거운 질서, 큰 기쁨으로 돌아온 느낌이다.

축구는 내 인생의 즐거움이다.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지혜이고, 서민의 위로와 따듯한 이웃이 있다.

축구에는 무엇보다 속이지 않는 정직함이 있어서 좋다.

나는 둥그런 지구에서 둥그런 태양을 안고 둥그런 공을 찬다.

예배당에 가야 하는데 예수님이 자꾸만 축구를 더 하자고 하신다.

나자렛은 경사가 진 마을이라 축구하기에 마땅치 않은 모양이다. 

예수님은 매주 동춘초등학교 운동장에 오셔서 축구를 즐기신다.

운동이 끝나면 갈 데가 없는 것인지, 우리와 함께 막걸리며 소맥도 한 잔 하신다. 

벌개진 예수의 얼굴을 볼 때면 신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