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나뭇잎이 연일 떨어지고 쌓인다.

흘러가는 구름사이로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보인다.

하늘은 파랗다 못해 시리다.

나는 요즘 파스칼의 잠언집「팡세」를 다시 꺼내어 읽고 있다.  

번역의 오류 때문인지, 몇 몇 헷갈리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파스칼의 전체의식을 만날 수 있어 좋다.  

지체가 되는 것은 영혼에 의해,

몸을 위해 생명과 움직임을 지니는 것이다.

몸에서 분리되어 자신이 속한 몸 전체를 볼 수 없는 지체는 죽어가는 존재다.

그는 자신을 전체라고 믿으며, 자신이 의지하는 몸 전체가 아닌

자신만을 의지하면서, 스스로 중심이 되려 한다.

원칙없는 불확실성 가운데 방황하며

자신이 몸이 아닌 몸의 한 부분임을 깨닫지 못한다.

결국 자신을 알게 되는 순간, 그는 본래 그러했던 것처럼

집으로 돌아와 전체인 몸을 위해 자신을 사랑하고,

과거의 탈선에 대해서 한탄한다.

이기적인 본성을 다스리지 못한다면 다른 어떤 것도 사랑할 수 없다.

누구나 자기 자신을 남보다 먼저 사랑한다.

그러나 지체는 몸을 사랑함으로써 몸 안에,

그리고 몸을 통하여, 몸을 위해서 존재하기 때문에 자신을 사랑한다.

몸은 손을 사랑한다. 손 역시 몸을 사랑하듯이 몸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이를 벗어난 사랑은 잘못된 것이다.

인간은 그리스도의 한 지체로서 자신을 사랑하며, 그리스도를 사랑한다. 

그리스도는 지체이자 존재하는 몸으로써 하나다.

그 하나가 다른 전체 안에 있으니 이는 바로 삼위일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