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흐리다.

 그제부터 이삼일 가을비가 내리고 있다.

 비 그치면 추위가 성큼 다가오리라.

 삶이라는 것이 언제부터 이렇게 뜀박질 경주처럼

 변해버린 것일까. 

 향적 스님의 선시해설서를 읽고 있다.

 나는 팔십년을 목표로 살고 있는데,

 하나님 은총으로 어떻게 안 될지 모르겠다.

 백운 경한 스님의 임종계가 눈에 띈다.

 스님은 권력에 물들지 않은 눈 푸른 수행자였다.

 그는 입적 전 집착과 걸림이 없는 본래면목을 다음과 같이 드러내고 있다.

"내 부도도 비석도 세우지 마라.

 입적하거든 즉시 화장해 그 재를 강물에 흘려보내고

 어떤 흔적도 남기지 마라."

"곳곳이 다 돌아갈 길이요, 물건마다 바로 고향이거늘

 무엇 때문에 배를 장만해 고향에 돌아가려하는가." 

"인생살이 칠십년은 예부터 드믄 나이라

 일흔일곱 해 전에 왔다가

 일흔일곱 해 후에 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