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봉혜의 첫 열매 활이야.

너의 귀가가 하루를 남겨두었구나.

너의 청춘이 먼 길을 행군하여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구나.

기쁘구나. 숫컷 아비가.

네 어미 봉혜의 기쁨도 크다. 

대학생활과 군복무까지 합해 6년 4개월.

어찌 짧은 세월이라 하겠느냐. 

외롭고 때론 고통스럽기도했을 시간을 잘 견뎌준 너를 생각하니

눈시울이 뜨거워지는구나.

얼마 전 군부대의 총기사고를 생각하면 안타깝지만

너의 동생 황이에 이어 너의 귀가는 기쁨을 더하는구나.

너의 수고와 아름다운 귀가에 힘찬 박수를 보낸다.

작은 선물을 하나 마련했다.

2주간의 이국 여행이다. 마침 사무실에 오지탐험여행가가 있어

작은 부탁을 했지만 적지 않은 지출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고마운 너의 귀가에 비할 수 있겠느냐.

앞으로도 신병교육대대 정훈장교로 군복무를 마친 긍지를 잊지 말거라.

성실한 군복무로 병사의 목숨을 구한 그 지혜로움도 잃지 마렴.

양평의 맛집 주인들로부터 그리고 신병 부모들로부터 받았던

사랑의 추억도 소중히 간직하려무나.

가족을 위해 군생활을 더 하리라는 생각도 품고 있었겠지만

오히려 네가 하고싶은 공부며, 그래도 조금씩 발전하고 있는

아비의 일을 돕는 것이 더 나은 미래가 될 것이다.    

이 번 여행이 멋진 선물이었으면 좋겠구나.

네가 좋아하는 양평의 퀸카페에서처럼 힐링의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구나. 

나름 경험하고 살아온 지혜로 이국의 땅과 그들의 삶도

관찰해보렴. 

내일 일찍 출발을 하마.  

너의 옷가지며 이불, 비품과 너를 데리러. 

수고한 너를 부대에서도 순순히 내어주겠지.

2년 전 너를 바래다준 그 길을 돌아나올 때

활이는 멀어져 가는 너의 청춘과 어떤 작별을 하려느냐.

사랑한다. 활아. 그리고 고맙구나.

네 이름 活처럼, 너의 시대를 맑고 밝게 힘차게 흐르는 물소리로

살아가렴. 2014.6.29. 전역 하루 전, 숫컷 아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