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2014년 어린이날입니다.

이 날을 기념하는 것은 뜻 깊고 즐겁습니다. 

오십두 번의 어린이날을 지나 오늘의 내가 있습니다.

동이 트고 쇠리쇠리 햇빛이 쏟아지는데도

공원에는 사람이 없습니다. 바람은 차갑습니다.

왁자지껄할 공원이 적막하기까지 합니다.

어디로 갔을까요..

아마도 경치 좋고 더 즐거운 곳으로 젊은 엄마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갔을 것입니다.

어린이를 위한 어른의 책임이 큽니다.

어린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생은

위대함 그 자체입니다. 

생각해보니 공원엔 나 혼자만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비둘기도 참새들도, 하나 둘 지고 있는 희고 붉은

철쭉이 나란히 줄지어 있습니다.

또 바람들이 있습니다.

나뭇가지에 앉아 푸르른 잎새들과 수런수런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아, 그리고 공원을 거닐고 계십니다.

심심한 하나님이 대지에 녹음을 드리우시고 땅 속에 있는

것들을 간지럽히며 안부를 전합니다. 

깊은 산골 외딴 봉우리의 그 그리움처럼

먹음직한 도너츠같이 부풀어 오른 송화가루 날리며

어린시절을 추억하기도 하십니다..   

구부정한 허리에 왼 손을 오그리고 두 발을

절룩거리며 한 어른이 공원을 가로질러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그 옛날 어린이날을 기다렸을 어린이.. 

어른은 어린이입니다.

어린이는 어른이십니다.

그 마음으로 우리는 살아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