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하는 것이 한가지 있다면 잠을 잘자는 거다.

누군가 푸짐한 상을 내린다면 해당되리라..

여간 밤 열시를 넘어 잠자리에 드는 경우란 많지 않다.

봉혜 핀잔에도 새나라의 어른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수면주의다.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JTBC 아홉시 뉴스를

못보고 잠을 청하는 때도 있다. 어제밤은 족장 김병만씨의

정글의 법칙을 시청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꿈에 보르네오섬 정글로 가 고원 세차게 흐르는 찬물에

몸도 씻고, 투망으로 잡은 민물고기 노릇노릇 구워도 먹고,

칼 솜씨 좋은 영아가 썰은 잘익은 파파야를 후식으로 먹었다. 

잠에서 깬 시각이 새벽 4시다. 

먼저 입안을 행구고 봉혜와 황이 잠자리를 살핀 후

곧장 문 밖을 나섰다.

봄밤의 정취가 그만이다. 잠자고 있는 꽃잎은 더 아름답다. 

철쭉과 영산홍은 오늘 아침에 필 요량이다.

어제의 신문기사가 떠오른다.

부산 어느 보육원의 11살 남자아이가 쓴 반성문인데,

그는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듣겠다며 말미에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라고 썼다.

가슴이 미어진다. 또 얼마 전 계모의 학대로 죽은 여동생을

그리워하는 12살 언니의 마음을 그 무엇으로 위로 하나..

하늘나라에 가서도 미안할 것이라고 했다. 

정치를 직업으로 하는 자들이여, 무엇을 하고 있나..

붓다가 삶을 그렇게 위로한다. 

이 세상을 등지고 출가하여 수행자가 되는 것도 힘들고,

그 수행자의 삶 속에서 즐거움을 얻기도 어렵다.

이 세상에 묻혀 사는 세속 생활도 어렵고,

마음에 맞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야 하는 것도 어렵다.

그렇다고 나그네가 되어 무엇을 찾아나서도

괴로움을 만난다.

그러므로 나그네가 되어 방황하지도 말고,

삶은 원래 괴로운 것이니

너무 괴로워하지도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