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꽃샘추위가 제법 위세를 떨치고 있다. 

샤워꼭지에서 떨어지는 수도물이 아직 차갑게 느껴진다.

꼬맹이들은 안개 속에서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다.

녀석들을 태울 타요자동차가 왔나 보다.

창 밖이 왁자지껄하다. 여선생님이 내려와 꼬맹이들과

건네는 다정한 아침인사에 꽃잎이 나부낀다..

어제는 대전을 다녀왔다.

시 내는 벌써 여름이다. 차를 몰아 산길로

접어들자 벛나무들이 꽃터널을 이루고 있다.

꽃샘추위덕에 봄 꽃 구경을 실컷했다.

조그만 강 가에 강태공의 모습이 봄물살에 일렁인다.   

세월은 사람을 낚고 있다. 

오늘 아침 토머스 머튼이 그의 일기에서

그렇게 적고 있다.

제가 인류의 한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 한없이 기쁩니다.

우리 주 하느님께서 인류 안에 강생하셨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조건인 슬픔과 어리석음이 저를 위축시킬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를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우리 모두가 이 단순한 사실을 알 수 있다면 !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말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 태양처럼 빛나는 하느님과 함께 걷고 있음을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