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보름여를 일기를 쓰지 않았더니 몸도 마음도 가렵다.

쓰기 싫어서는 아니고, 이 일 저 일로 소일했더니

하루 이틀, 일주 이주 그렇게 되었다.

하루살이 인생이 오늘을 보고, 듣고, 경험하고, 생각한 것

들은 소중하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배울 점이 많다.

그러나 하루가 지나고나면 이내 사라지고 만다.

일기 속에는 나의 고유한 삶이 담겨 있어야 한다.

내가 살아가는 시대와 일상을 기록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비록 숲속이나 콩고드 강가는 아닐지라도.

일기는 내가 가장 많이 읽는다. 

일기를 읽으며 나는 새로운 일을 계획하고, 그 일을 꾸려갈

지혜를 일기에서 찾는다.

밤늦은 시각, 시와 동화를 쓰고 사는 가난한 살림의 아우가

교정을 부탁한 내 일기 원고를 싸들고 왔다. 

맞춤법이며 표기 오류, 글의 내용까지 성격처럼 무던히도 살폈나 보다.

호된 핀잔을 들었다.

그리고는 혼재된 글을 세 가지로 분류해주었다.  

000의 마음산책 / 000의 종교이야기 / 000의 독서이야기.

역시나 내 동생이다.   

살펴준 원고를 수정해야 할 텐데 아직 손을 못 대고 있다.

황이에게 알바를 시킬까 고민하는 중 이지만 

그래도 손수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다. 

나는 일기 쓰는 즐거움을 계속할 것이다.

어디에서 그 무엇으로 살아가던. 그리하여 일기장이

지혜라는 보물로 가득차기를 소망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