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잎에 쌓인 눈 녹더니 크리스마스가 지나갔습니다.

나는 어느 노인요양원에서 보냈지요.

어린시절 전남 해남군 현산면 고현리의 도탑게 초가지붕이 덮인

고현 장로교회에서 모락모락 김이 나는 호박떡을 기다린 것처럼 지내지는 않았지만,

아쉬움에 아프고 눈물나는 성탄을,

전능하신 분의 정원에 아름답게 핀 봉사자들과  어르신들과

세 마리 강아지들과 보냈습니다.

한 목사님은 눈곱 낀 어르신들의 성화에 찬송가 대신

번지없는 주막, 흘러간 두만강 푸른 물을 구슬프고 은혜롭게 부르셨지요.   

성구보다 간화선 한 구절이 시원스레 떠오른 건 무슨 까닭일까요.  

이 신령스럽고 늘 깨어 있는 성품은

시작없는 예로부터 저 허공과 같이 한없는 수명을 누려왔다.

그것은 생멸이 없고 유무가 없고 오염과 청정이 없고

시끄러움과 고요함을 벗어났다.

그것은 노소가 없고 방향이 없고 안팎이 없고

수량, 형상, 색상, 음성이 없다.

그러므로 찾아 구할 수도, 지혜로 완성할 수도, 언어로 해설할 수도,

경계로 이해할 수도, 공을 들여 도달할 수도 없다.

이것이 바로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불보살과,

꿈틀거리는 벌레까지도 다 함께 갖추고 있는 열반의 성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