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노인요양원의 일을 돕고 있습니다.

매주 1회 방문하는 것인데 때마다 배우고 느끼는 바가 큽니다.

생의 90년을 보낸 그 분들은 남은 삶의 끝자락을 조용히 준비하며,

무엇인가 간절히 기다리고 있지요.

한때는 가슴 저며왔다 말해야 할까요. 아니면 벅찬 순간을 바라본 것일까요.

이젠 저를 기다리며 반갑게 맞이하는 분도 생겼습니다.

강물처럼 흘러가 버린 젊음이 생각도 나고, 눈물도 나는 것이겠지요.

폴 니터 교수의 고백 '나의 장례미사' 라는 글이 떠오릅니다.

나는 내 장례미사의 주제를 '신비를 고이 간직하라'로 정하고 싶다.

신비를 존중하고 그것을 범하지 말라. 그것을 그대로 놓아 두어라.

너무 많은 말은 신비를 희석시킨다.

오직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신비는 풍부한 어둠이며,

보잘것 없고 늙은 나보다 훨씬 더 큰 존재일 거라는 점이다.

신비는 내가 지금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실재적이고 더 큰 것이리라.

교황 요한23세가 이 모든 날은 태어나기 좋은 날이며 죽기 좋은 날

이라고 한 것처럼 평생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

받아들이고 놓아 버리는 것이 좋았던 것처럼,

마지막 숨을 내쉬는 것과 마지막으로 놓아 버리는 것에 다소곳이

마음을 챙겨 참여하는 것은 좋을 것이다.

아, 그렇게 놓아 버리면서 인생에서 무언가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평생 신뢰한 것처럼, 이 마지막 순간에도 어떤 것이 계속될 것이다.

나는 나의 장례미사에서 낭독되는 성서 구절들, 기도들, 추도사들의 언어가

죽음의 신비와 그 신비가 이끄는 것을 존중하기를 바란다.

나는 사는 것이 좋았듯이 죽는 것도 좋다는 것을 신뢰하면서,

그리고 평생 동안 나의 모든 결정들을 길러 주고 안내했던 가치들이

또한 죽음으로 나를 안내하는 가치이기도 하다는 것을

신뢰하면서 죽고 싶다.

그러므로 부디 신비를 존중하시라.

내가 신뢰해야 하고 희망해야 하는 이유를 내게서 빼앗지 말라.

장례미사를 시작하는 찬송가는 폴 사이먼의 'The Sounds of Silence'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