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궁금했다.  동서양의  사상과  깨달음도  구원과  부활과  영세와  영생도

도대체  무엇이  진리이고  다르기에  서로들  그리하시는가  하고.  자칫  내  머리가

시퍼런  작두날에  올려져  댕강  잘리기에  충분하였다.

불경스런  말  같지만  “우리가  하느님이다”를  포덕(布德)한  수운  가르침을

도올  김용옥  선생이  주석한 「동경대전  제2권」 후반부를  조심  집중해  읽고  있다.

생각할  부분  많아  빠른  진도는  아니지만  끝을  향해  달릴수록  맛은  달다.

도올이  인생에  좌우명이라고  할  만한  메시지를  얻었다고  고백한

수운의  시가  한  편  있다.  바로  좌잠(座箴)이다.  좌정한  어른이  후학에  내리는  잠언

이라는  의미인데,  가히  도올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서설이요  주석이다.  

나름  정리  요약해  옮기자면  다음과  같다.

오도(吾道,  나의  도)라  말할  수  있는  이  누구인가?

자기  사상을  “오도吾道”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자기철학체계의

온전한  성숙과  자부,  그리고  전일한  조화의  달성이  없이는  할  수  없는  말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과연  다산이  자기  사상을  “오도 吾道”라  말할  것이  있겠는가.

제  아무리  (공맹  가르침에)  방대한  주석을  감행했어도  오도(吾道)라  말할  것이

없는  것은  정약용  또한  따라하는  사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  대한민국에  “오도 吾道”를  말할  수  있는  사람  있는가?

20세기를  통해  어느  철학과의  교수,  종교의  지도자,  (위대한  수행자 · 신학자)가

오도(吾道)를  말하고  인정받을  수  있을  터인가.

성철 스님(1912~1992)인들  오도를  말할  수  있겠는가.

그  또한  보편화된  불도(佛道)를  따라  한  깨달음  있었을지라도  오도(吾道)는  아닌  것이다.

남의  깨달음과  철학과  사상을  누가  더 (잘  따라하느냐)  누가  더  아느냐를  경쟁하는

 B조,  C조의  선수들일  뿐이다.

그렇지만  水雲  최제우(崔濟愚)는  다르다.  그는  성숙한  오도를  지닌  인물이었다.

수운의  시  “좌잠 座箴”  40  글자를   도올은  이렇게  주석(註釋)했다.

나의  도는  바르고  너르지만  간략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많은  말이나  의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  세상에  다양한  도리가  있지만

나의  도는  그런데  있지  아니하고,  오직  성誠(모든 존재의 궁극적 근원, 신성, Cosmetic Sincerity)·

경敬(신성을 대하는 인간의 자세, 진지함과 집중력, Attentive Earnestness) · 

신信(인간실존의 주체성, 신험한 말, 거짓이 없는 삶) , "성·경·신"  이  세  글자에  있다.  

이  세  글자에  집중해서  공부해  들어가라. 

투철하게  공부한  후에  비로소  이  말이  무엇인지를  알게  될  것이다. 

세속의  잡념이  일어나는  것을  걱정하지  말지어다.  오로지  깨달아  참된  앎에  도달

하는  것만  진지하게 생각하라고.

언제부턴가  내  사무실에는  서예가  연곡  선생의  커다란  글씨  한  점이  걸려  있다.

세  글자는  “성誠· 경敬· 신信” 이다.  나는  그  뜻  까맣게  몰랐는데  돌아보니  

가련한  나를   찾아온  수운과의   아련하고  귀중한  인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