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이며  정신과  의사이기도  한  칼  융(1875~1961)은  인간  악(惡)에  대해

이런  심리학적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악이란  인간의  무의식  그림자고,

우리  안에  존재하며,  악은  인간이  만들어  낸다고.

조금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악은  인간이  부인하려  하고,  생각하기  싫어하며,

부러  의식하지  않으려  하고  또  지속해서  의식이라는  장막  아래

숨겨놓고  무의식으로  남겨두려  하는  사람  인격의  일부라고.

그렇다면  우리는  이  악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까 ?

칼  융은  이에  대해  이렇게  답하고  있다.  그것은  자기의  무의식적  (악의)  그림자를

인정하고  마주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  그림자를  의식화해야  한다고.

칼  융은  이러한  의식화를  우리가  추구하는  깨달음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면서  종교적  수행이나  영적  수행  그리고  철학적  탐구  모두가

어떤  면에서  무의식을  탐색하며  의식화하는  작업으로  설명한다.

예를  들어  기독교에서  기도는  ‘기도하는  나’ 와  ‘기도를  듣는  나’ 로  구분되는데

이는  우리  내면의  목소리를  꺼내어  나도  듣지만  내  안의  신성함도  듣는  일로서,  

내  안의  무의식과의  대화라는  설명인데  나는  수긍이  간다.

또  불교나  힌두교  명상  또한  정신을  한곳에  모으며  주의가  흩어지는  것을

알아차리는  과정으로  정의하면서,  이는  나의  무의식의  그림자가  어떤  소리를  내는지

알아가는  작업이라고  규정한  부분도  마찬가지다.

그의  지적처럼  초월적  존재와  소통하려는  갈망  또한  어쩌면  무의식  세계와  소통하고픈  바람이다.  

그리고  철학자들은  어떠한가?  그들은  지성의  힘으로  일상의  개념을  가지고  질문하고  사유한다.

이는  무의식적  (악의)  그림자를  통찰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무의식적  그림자를  발견하고  다루는  일은  예나  오늘이나  여전히  

어렵고  힘든  지난한  길이다.  혹  우리가  미래에  얻게  될  성숙한  인격이라  하여도  어쩌면

그것은  여전히  무의식  그림자  속에  있을  수  있다.

 2022년 현산중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