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입니다.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불어 옵니다.

서툰 나의 사진 속에도 파란 하늘이 물감처럼 묻어나고,

시절을 놓친 과목들이 단맛을 채우려 발걸음 재촉하는 이 계절에,

창공은 드높아 독서글 한 편 이 곳에 옮깁니다.

이 우주의 임자이신 하느님만 나라고 할 수 있는 '참 나' 이다.

그런데 벌레 같은 인간들이 어찌된 일인지 '나' 라고 하면서 나섰다.

사람이 나라는 것은 하느님을 사칭하는 불경이다.

하느님은 '참 나' 이지만 사람은 '거짓 나' 다

그런데 하느님께서 사람에게 피그말리온 효과를 일으키게 하여

'나' 라는 생각을 일으키신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이 감히 말하길 하느님이 당신의 형상대로 사람을

만들었다고 하기에 이르렀다. 이 말로 인해 기독교인 가운데서도 하느님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는 줄 잘못 생각하는 이가 생겨났다.

그러나 하느님은 얼이라 무형무상이다.

불교 쪽 사람들이 인태신(人態神)에 반대해 우리는 무신이라고 했다면

그것은 너무 당연한 말이라 하겠다.

예수의 신관도 성령의 하느님이지 인태의 하느님이 아니었다.

하느님에게는 변하지 않는 절대의 모습과 변하는 상대의 모습이 있다.

변하지 않는 절대의 모습은 무상 무변의 얼빔이요,

변하는 상대의 모습은 유형 변역의 물체이다.

하느님은 절대 속에 상대를 품고 있으니 우리도 그 안에 있다

하느님이 사람에게 나라는 의식을 준 것은 사람과 대화하고

싶어서일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나는 '거짓 나'다. 

불완전하고 일시적인 나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을 아는 것이 스스로의 깨달음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느님과 대화하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다.

예수와 석가가 기도에 힘쓴 것도 

이 때문이 아니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