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2011년 8월 하순, 한반도의 가을 하늘이 청명합니다.

남북을 갈라 쳐놓은 저 철조망은 하늘에게 무슨 의미 있을까요.

오늘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에 참가하는 이국의 벗들에게

한 시절의 기쁨과 추억을 맑고 곱게 담아가시라 힘찬 응원 보냅니다. 

어제 밤 꿈에 뵌 아버님의 묘지에도 파아란 하늘이 펼쳐 있고,

지금쯤 벼들과 코스모스 사이로 방아깨비 날고 있겠지요.

오늘 염불선으로 본 달마어록에 이런 말씀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만일 속지 않게 되었으면 마음대로 해보라고'

물질세계가 모두 허망해서 허깨비와 꿈같은 것임을 알았으면

걸림없이 마음대로 해보라(무애행), 이런 말씀입니다.

그런 분으로 신라시대 원효 스님이 계십니다.

낮에 술집을 드나들며 술바가지 두드리고,

나무 아미타불 부르며 춤을 추곤 했지요.

그 때는 원효를 파계승이라 하여 수행자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훗날 모든 번뇌가 멸진해서 다시는 동요되지 않는

부동지에 이른 분이었습니다. 처럼 본래 자리, 둘이 아닌

하나의 경지에 마음을 두고 있는 분은 어떤 행을 해도

거기에 집착하지 않는 행을 하기 때문에 업에 걸리지 않는다 합니다.

달마선사의 말도 언급해 볼까 합니다.

"자기의 성품을 보기만 하면, 애욕은 본래 공적한 것이라

구태여 없애려 할 것도 아니고 즐겨 빠질 것도 아니니라.

설사 습이 남아 있더라도 방해하지 못하리라.'

왜냐하면 성품은 본래 청정하므로 비록 오온의 육신 속에 있더라도

그 성품이 본래 청정하여 물들지 않기 때문이니라.

다만 이 육신이 있기 때문에 배가 고프고, 목이 마르고,

춥고 더우며, 풍토병 따위가 있게 된 것이다.

만일 속지 않게 되었다면 마음대로 해 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