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비교종교학자인 캐나다의 오강남 교수가 정리한

세계종교사의 심층을 표층처럼 훑으며 지내고 있습니다. 

어렴풋했던 생각과 의문을 확인하는 기쁨이 큽니다

진리를 향한 나의 각오에도 큰 힘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그가 언급한 나그함마디의 문서 도마복음 제13장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습니다.

어느 날 예수께서 그의 따르는 자들에게 나를 무엇엔가 비교해 보라고 말하자,

시몬베드로가 당신은 의로운 천사와 같다고, 마태는 당신이 현명한 철학자 같다고, 

도마는 제 입은 당신이 무엇과 같은지 전혀 언표할 수 없다고 대답합니다.

그러자 예수께서 도마에게, "나는 그대의 스승도 아니로다.

그대는 내가 보살펴 온, 부글부글 솟아오르는 광천샘으로부터 직접

많이 마셨기에 취하였도다." 그리고는 도마만을 데리고 은밀한 곳으로 가

도마에게 세 마디 말씀을 전합니다.

도마가 그의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왔을 때 그들이 도마에게 묻습니다.

"예수께서 너에게 무엇을 말씀하셨느뇨?" 도마가 그들에게 이렇게 대답합니다.

"내가 예수께서 나에게 하신 말씀 중 하나만 너희에게 이야기해도,

너희들은 돌을 주워 나를 쳐죽이려고 할 것이다. 그리하면 너희 손에 있는

그 돌로부터 불길이 솟아 너희들을 삼켜버릴 것이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 인도에서 건너온 달마대사가 소림사에 머물며

9년간 면벽 참선을 끝낸 뒤의 일이 생각납니다.

그가 제자들을 불러놓고 그 동안 깨달은 바를 말해 보라 했던. 

한 제자가 나와서 뭐라고 하자, 달마는 "너는 내 살갗을 얻었구나." 합니다

다음 제자가 나와서 또 뭐라고 하자, "너는 내 살을 얻었구나." 하고,  

또 다른 제자가 나와 뭐라고 하자, "너는 내 뼈를 얻었구나." 라고 합니다. 

드디어 그의 수제자 혜가가 나와 경건하게 절을 올린 뒤 

가만히 서 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달마는 그를 보고

"너는 나의 골수를 얻었구나." 라고 말합니다.

깨달음에도 정도의 차이가 있고, 구경의 깨달음에 이르면 이를

말로 표현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예입니다. 여기 도마복음에서도 도마가

깨친 진리는 말로 할 수 없다는 것을 침묵을 통해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예수를 예수라 말하면 그것은 예수가 아니기 때문에 말입니다.

예수가 도마에게 "나는 자네의 스승이 아닐세." 라고 한 것도 의미심장합니다.

중국의 고전 장자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공자의 제자 안회가 공자에게 찾아와 이런저런 말로 자신의 수행이

깊어지는 것 같다고 보고합니다.

공자는 관심이 없다가 안회가 자기는 좌망(앉아서 모든 것을 잊었다.)고 하자,

공자가 깜짝 놀라 "그게 무슨 말이냐."  하고 묻습니다.

안회가 모든 앎을 몰아내고 잊어버리는 것이라 하자,

공자는 제자 안회에게 "청컨대 나도 그대 뒤를 따르게 하라." 고 부탁합니다.

예수가 도마에게 "나는 자네의 선생이 아닐세." 라고 한 말도

이런 문맥으로 이해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깊은 경지에 이른 도마였다면

예수는 더 이상 선생님일 필요가 없었을 것입니다.

깨달음에 있어서 이제 둘은 동격임을, 그의 이름 그대로 '쌍둥이' 임을

선언한 셈이니까요. 결국 도마가 이런 경지에 이르렀기에 예수는

그를 데리고 나가 비밀한 말씀을 전한 것이 아닐런지요. 

예수가 도마를 따로 불러 일러주었다는 그 비밀이라는 것은 이후

구체적 언급이 없지만, 다른 제자들처럼 아직 완전한 깨달음에 이르지 못한

사람들이 들으면 기절초풍할 무엇,

심지어 그것을 전하는 사람을 돌로 쳐 죽일 수 있을 정도로

공분을 일으키는 엄청나고 혼란스러운 무엇이었을 것입니다.  

진리란 상식의 세계를 뛰어넘는 역설의 논리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노자의 도덕경에서도 '도가 웃음거리가 되지 않으면 도라고 할 수 없다.'

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진리를 듣고 돌로 쳐 죽이려는 것과 크게 웃는

것에는 차이가 있겠으나,

진리가 보통 사람들이 이해하기에는 도무지 말이 안 되는 무엇이라는

것을 말해준다는 점에서는 같지 않겠습니까.

그것도 예수를 따르는 제자들이 돌을 들 정도로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심층적 기별이었다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