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흐리는가 싶더니 아침 안개가 자욱합니다

운동도 집착하면 사람의 성질을 날카롭게 만드는 일이라

오늘은 앞다투어 뛰는 운동장 대신에 봉제산에 올랐습니다

봉혜가 나와 두 아들을 거느리고 2000년 5월 연수구에 이사와

산 이후로 봉제산 중턱 개들의 울부짖는 소리는 여전합니다

그러나 오늘따라 개들의 우는 소리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아마도 개들이 보는 앞에서 어느 누가 도살(盜殺)을 하고 있거나,

어디론가 끌려가지 않으려는 개들의 몸부림이거나

동료 개들이 어찌할 줄 몰라 서로 울부짖는 탄원(歎願)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 지역의 국회의원이며 구청장 그리고 지방의회 의원들이

한 번 쯤 들러 깊이 있는 조사를 하고, 대책을 세웠으면 좋겠습니다.

들리는 소리로 보아 저 많은 개들은 보호라기보다는 사육되어 

동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이 도살되고 있음이 분명한 듯 싶습니다

아침밥을 기다리는 소리 들리다가 이내 조용해지는 것을 보면

밥 그릇에 수면약을 묻혔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 많은 개들이 잠시 우뢰처럼 울다가 

숨죽 듯 조용할 리 있을까요. 잔인한 인간들이며 무책임한 자들입니다.

개 사육장 아래는 수백 명이 요양하는 오래된 노인요양원이 있고,

그 옆으로는 2년 전 신축하여 운영중인 커다란 예배당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요양중인 어르신들이 저 소리들 들으며 차마 마음 편하실까요.

또 저 예배당에서 찬송하고 기도하는 성도들 마음의 안식일랑 있을런지요.

나의 사랑스런 봉제산이 날마다 함께 울고 있습니다.

날쌘돌이 멋쟁이 청솔모 가족도, 벼슬 고운 암수꿩의 모습도, 

봉제산이 졸지 않도록 깨우던 두 마리 예쁜 오색딱다구리 친구도 

어디론가 날아가고 보이지 않습니다.

봉제산의 고요를 야금야금 허무는 자들이 자기 책임이 아니라고 손사래 떱니다.

자기는 봉제산을 잘 모른다고, 세상은 야비하고 국법은 엄하니

어쩔수 없는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