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남전 스님 문하에는 많은 운수들이(雲水:수행승) 모여들어

동서(東西) 양당(兩堂)으로 나뉘어 수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 고양이 한 마리를 두고 양당의 운수들 간에 싸움이 났습니다

그때 남전 스님이 고양이 목을 움켜쥐고는 운수들에게 내밀며 질문을 던졌습니다.

"자, 뭐라 산 말(活句)을 한 마디 일러 보아라. 그 말이 맞으면 이 고양이를 살릴 테고,

맞지 않으면 단칼에 잘라 버릴 것이다." 이 질문에 아무도 대답을 못했습니다.

그러자 남전 스님은 고양이를 단칼에 두동강 내고 들어가 버렸습니다.

남전 스님이 고양이를 자른 날 제자인 조주가 외출했다가 저녁에야 돌아왔습니다.

남전 스님은 낮에 있었던 일을 조주에게 이야기해 주고는

만약 자네가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어떻게 했겠나, 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조주는 아무 말 없이 짚신을 벗어 머리에 얹고 방에서 나가 버렸습니다.

인간이 사물을 이원상대적으로 보는 한 싸움은 그칠 날 없습니다.

조주의 행동은 언뜻 보면 매우 기괴하게 생각됩니다.

그것은 아마도 발이나 신발은 더럽고 머리나 모자는 소중하다고

우리들이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이원상대적인 관점을 초월해 만물을 부처의 생명으로 보면 어떨까요.

조주는 스승 남전과 같이 이원상대적 관점을 초월하여 영원한 생명에 입각해서

고양이를 보았음에 틀림없습니다. 스승 남전과 애제자 조주가 호흡을 맞춰

살인도, 즉 활인검이라는 영적 사실을 훌륭히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인류의 죄가 뿌리깊음을 알고 계신 하나님께서도 1978년 전 비슷한 질문을 던지자

인간들이 고집부리며 대답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자 하나님께서는 아들 예수를

십자가에서 처참하게 죽여 당신과 사람 사이, 사람과 사람사이, 만물과 사람사이의

이원상대관을 효과적으로 타파하신 것이 아닐까요.

하나님께서는 예수를 죽였을 때 예수뿐만 아니라 전 인류를 죽였던 것이며,

다시 소생시켜 전 인류와 세상만물을 새로운 생명으로 살게 하여,

죄인을 죽이고 하나님의 생명으로 사는 새로운 인간을

십자가를 통해 창조하신 것은 아닐까요.

이것이 십자가에서 예수가 하나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

하고 울부짖던 것에 대한 답이 아닐런지요.

시리아 국경마을 골란고원 위로 불어오는 그 잔잔한 갈릴리 호수의

바람에 눈물나던 어린 나의 물음에 대한 하나님의 대답이 아닐런지요. 

나는 오늘 남전참묘의 글에서 곰곰히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