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불기 2556년 부처님이 오신 날입니다. 

우리 부부의 생년과 이름이 적힌 등불도 어느 사찰의 줄사위에 매달려

부처님 오심을 기뻐하고 있습니다. 

그 분이 깨달아 전해 준 진리의 말씀이 살아서 온누리에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나는 그리스도인입니다. 나는 불교 서적들을 통해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에 대한 통찰과 깊이를 더한 경험이 큽니다.

우리의 문화적, 사회적 자아처럼 우리의 종교적 자아도 그 핵심에서는  

하나의 혼종이라는 주장에 나는 어느 정도 동의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종교적 정체성이란 하나의 삶의 자리에서 다른 삶의 자리로 이동하고,

하나의 자아를 형성한 후 다른 자아를 만나면서

본래의 자아를 확장하거나 수정하는 지속적인 과정을 통해

형성이 된다는 것도 조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불자들의 주장에는 옳음이 있습니다.

그들의 말처럼 분리되어 있고 불변하는 자아란 없습니다.

우리는 서로 매우 다른 타자와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통해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아무런 정체성을 갖지 않는다는 말은 아닙니다.

오히려 다른 종교적 정체성이나 전통을 알아갈 때 

자신만의 핵심적인 종교적 정체성을 갖게 됩니다.

저의 기독신앙 또한 붓다를 만나 위험하고 문란한 혼종이 된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으로서 나의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는 길 위에 서 있음을

오늘 부처님 오신날에 고백하며, 그 분의 가름침에 깊은 감사와

공경의 고개를 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