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락의 자목련이 새부리처럼 조금 열려 있다.

추위가 남아 있어 자목련도 봄을 긴가민가 하는 것 같다.

차양을 걷고 뜨락을 바라보며 글을 읽고 있는데, 고 녀석들이

자목련 가지에 들락날락 하고 있다.

나는 저 녀석들을 알고 있고, 저 녁석들이 왜 그러는지 그 까닭을 안다.

매해 이맘때가 되면 반복되는 저들의 버릇, 한편으론 봄날 나와의 투쟁이다.

두 마리 저 직박구리는 그야말로 못생겼다. 새인대도 그렇다.

어디서 뒹글다만 오는 것인지 까치보다는 작고 참새보다 큰 것이 온통 잿빛이다.

까마귀처럼 까맣지 않아도 1년 내내 목욕 한 번 안한 듯 하다.

비라도 맞을라치면 아주 젖지 않는 털들이 반항이라도 하듯 꼿꼿한데 

별로다. 동네의 예쁜 새들은 죄다 내어쫓고 놀이터를 독차지한다. 

목소리는 또 어떻고.

듣기싫은 째지는 목소리다. 도올 선생님의 목소리는 저리 가라다.

어떻게 새가 저런 목소리를 갖게 됐는지 아이러니다.

하여튼 나는 저 새들이 맘에 내키지 않는다. 새를 사랑해야 할 텐데 고민이다. 

그런 녀석들이 봄이 와 뜨락의 자목련이 꽃을 피울라 치면,

하나하나 쪼아버려서 꽃이 벙글어지면 절반이 상처 투성이다.

그 꽃들을 볼 때면 부아가 돋지 않을 수 없다.

꽃을 싫어해서인가, 꽃이 미워서 그런가. 꽃을 질투하는 새도 있나?

반갑지 않는 녀석들이 나를 엿보고는 자목련 가지를 왔다갔다 하는데

올해는 가만 안놔둘 거다. 여린 가지에 뭐라도 달아 놓아야 할 텐데,

재들은 솔개도 쫓아낼 거다. 

나의 자목련을 보호할 뭐 좋은 방법 없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