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언어를 만들어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람과 자연 사이, 사람과 신 

사이의  이해를 발전시켜 왔다. 표음문자인 한글의 발명도 놀랍고, 

유구한 역사를 지닌 희랍어, 페니키아문자도 우수하다.

그런데 요즘 나는 하나님을 그리워하는 데는 뜻글자인 한자어가

유용하고, 생각을 깊게 해준다는 소견을 갖게 되었다.

하나님은 너무 크시기도 하지만 너무 작기도 하시고,

어쩔 때는 다양성을 좋아하셔서 없이 계시는 곳이 없고, 다양한 길과

방법으로 우리를 가르치신다.

하나님은 오늘 아침 내게 노자의 16장 지허극(至虛極) 수정독(守靜篤)을

소리내어 읽게 하셨다.

노자가 이르기를 하나님에게 이르러 얼나(참나)를 간직한다, 라고 하였다.

허극(虛極) 무극(無極)은 노자에서 처음 보는 낱말로 없이 계시는 하나님을 가리킨다.

노자는 우리에게 허극, 무극을 말해준 것만으로도 잊어서는 안 될 사람이다.

사람이 밖으로 아주 빔에 이르면 속으로는 옹근 고요를 갖게 된다고 한다.

아주 빔은 허공이요 옹근 고요는 법신(法身)이다.

하나님이 내게 들어와 앉은 모습이다.

하나님의 얼(성령)을 가지기 전에는 우리 맘에 삼독의 풍랑이

끊임없이 솟지만, 하나님의 얼을 간직하면 아주 조용해진다.

어느새 삼독(탐진치)이 사라진다. 

예수가 죽음을 앞두고 태연한 것도 맘속에 얼나(성령의 나)를 간직했기 때문이다.

노자의 치허극 수정독도 이러한 체험을 겪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소리다.

철학을 해도 신앙을 해도 몸생명에 앞서 얼생명을 믿어야 한다.

얼생명을 알고 믿으려면 밖으로는 물질을 넘어 없이 계시는 허극에 이르러야 하고,

안으로는 수성(사람이 갖고 있는 짐승의 성질)을 다스려 정독을 간직해야 한다.

허극에 이르지 못하고 정독을 지니지 못하면 아직 올바른 철학도 신앙도 아니다.

나는 그리스도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