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해가 부드럽고 밝다. 빛이 찌르지 않고 스며드는 모습이 보인다.  

뜰의 산수유는 세어보아야 하겠지만 내 나이만큼 오십송이는

너끈히 피웠다. 활짝 피었다. 드디어 봄이 오셨다.

오늘은 도올 김용옥선생의 중용해설서를 읽어내려 가리라.

언제 읽어도 시원하고 장쾌한 고전이다.

그 속엔 진리의 하나님 말씀이 숨어 있기도 하다.

그래서인가 별볼일 없는 나의 정신도 자라려고 몸부림 한다.

테이야르 드 샤르댕의 일기에 이런 대목이 있다.

우주가 자라서 생명이 이루어지고,

생명이 자라서 정신이 이루어지고,

정신이 자라서 그리스도가 이루어진다.

그러나 우주는 아직 자기를 완성하지 못하였다.

오늘 아침식사도 봉혜가 컴퓨터 앞으로 가져다 주었다.

간혹 부아가 나면 당신의 식모로 태어났냐며 덤비긴 하지만

그 여자가 아니면 누가 이 못난 놈에게 아침상을 차리랴. 

메뉴는 내가 좋아하는 닭고기 떡국이다.

얼마 전 큰 닭 두어 마리 삶은 것과 장모님이 보내오신 떡국.

봉제산에 오르자는 생각에도 떡국맛에 빠진 몸이 산행을 거부하고,

마음도 지연작전을 펴는 걸 보아하니

몸과 마음은 바늘과 실의 관계다.

마음은 생각보다 몸에 가깝다. 마음은 믿을 게 못 된다. 나만큼 변덕이 심하다.

생각은 마음과 몸을 관찰하는 상위의 눈을 갖고 있다.

바른 몸과 곧은 마음이 생각을 기르고, 몸과 마음의 열매가 정신이다.

샤르댕이 말한 정신이 이 생각 아닌가 하고 떠올려진다.

나는 생각(정신)이 붙어 사는 이 몸과 마음을 달래며 살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