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제와 그제 이틀에 걸쳐 법인등기 변경을 위해 인천지방법원에 들렀습니다.

하루치 일을 이틀에 걸쳐 하게 된 것은 법무사를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요, 

그 곳에 뱀처럼 또아리 틀고 있는 담당공무원들의 권리 때문이기도 합니다.

갈 때마다 무덤덤하고 침통한 표정을 조금씩 느꼈던 것인데 어제는 더했습니다. 

눈은 내리고 내리는 눈이 녹아 오가는 사람들에게 튀었기 때문일까요.

세상만사 얽히고 설킨 사연들 안고 오가는지라 웃을 일 없어서 그랬겠지요.

정문에서 바라보는 법원의 모습은 마치 성냥꽉 같습니다.

반듯하고 정의로운 재판을 하겠다며 설계한 모양이지만, 법원의 권위를 위한 법원만의

건물은 아니었을까요.

되려 따뜻하고 정겨운 모양으로, 숱한 인간사 이곳에 들어서면 풀어질 듯 녹아질 듯

그런 모습으로 지으면 안 되었을까요.

현관문을 들어서면 목을 옥죄는 듯 숨이 막혀옵니다.

정면으로 보이는 (가로로 7미터 이상은 되 보이는) 유화그림이 자를 대고 선을 그은듯

곧 날아와 박힐 듯한 유리조각 같기도 하고, 유리에는 이미 빨간색이

흥건하게 묻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어쩜 그리 태연들 할까요. 현관 왼쪽 종합민원센터 4명이, 

그 맞은편 청사안내소 2명, 현관 좌우를 지나 몇 발자국을 가면 만나는 

세 번째의 민원안내소 직원이, 그 옆으로 떨어져 부서질듯 아슬한 벽거리 어항속 고기

까지도 탈출의 기회를 엿보는 눈들처럼만 보입니다.   

법원은 복잡하고 사람들의 눈빛은 어지럽습니다. 

그래야 진술의 모순을 찾아낼 수 있는 걸까요 

최근 신임 법원장의 일성이 매년 듣는 공정재판보다는 법원풍경 바로잡기였다면 어땠을까요.

민원안내소를 기점으로 왼쪽으로 등기소, 오른쪽으로 재판부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늦은 점심을 한 탓인지 젊은 판사 몇이서 잡담을 하며 황급히 지나고 있습니다.

등기소가 높은 천정에 낮은 룩스의 형광등과, 절전을 위해 듬성 듬성 꺼진 불빛으로 어둡습니다.

일을 마치고 빨리 나가면 안 될듯한 불순한 분위기입니다.

반듯하고 따듯해야 할 법원이 그리 어두운데, 어쩜 대한민국은 오늘도

태연히 경영되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