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겨울 빠알간 저녁해가 금동사과처럼 창가에 지고 있습니다.

낮잠에서 깨어보니 집에 나 홀로 남겨져 있습니다.

홀로 서는 것을 두려워 말며 세상을 등져도 걱정 없어야 한다고

장자의 지혜서는 누누이 일러 주었건만, 

나는 지금 창밖 화단과 놀이터의 이름 모를 외로움과 침묵에 쌓여 있습니다.

아내 봉혜와 둘째 아들 황이가 나를 홀로 남겨두고 몰래 봉제산으로 산책을 떠났습니다.

요즘 둘이서만 속닥이면서 매일 같이 산에를 다닙니다.

오늘 내가 방안에 있는 사이 부시럭거리는 소리에 문 열었더니 라면을 끓이고,

비듬샴푸를 머리에 이는 시간 5분도 제때 알려주지 않아 나의 머리털은 가렵습니다.

이 대로라면 아빠가 왜 있는지 모르겠다고 황이가 소리 하지는 않을까요.

부지런한 해는 오늘도 성공리에 일을 마치고 자기 집으로 돌아가는 중입니다.

해의 집에는 아내 해와 자식 해들이 제 시간에 맞춰 돌아와 있을까요? 

언젠가 우리 모두가 떠나며 헤어져야 할 그 날에도, 해는 약속처럼 떠 오르고

오늘처럼 집으로 가는 날이겠지요.

나그네가 하룻밤 머물고 떠나 듯 그런 심정으로 아내를 대하고 자식을

대해야 하는 것이라고 해가 이야기 해주고는, 날려보낸 꼬리연처럼

봉제산을 넘어 인천공항의 활주로를 달려 장봉섬 깊은 바다로 지고 있습니다.

나도 해같이 사랑하면 언젠가는 금동같은 사랑에 도달할 날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