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쪽에도 안 끼고 저 쪽에도 안 낀다고 중립이 아니다.

하나님께 속하는 것이 중립이다. 예수는 십자가의 죽음조차

제 뜻대로 말고 아버지 뜻대로 하시라고 하였다.

이것이 중용의 중립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사람들에게 부화뇌동하지 않는다.

사람이 따르든 안 따르든 상관하지 않는다.

이것이 흐르지 않고 기대지 않는 것이다.

공자, 맹자, 노자, 예수, 석가의 삶이 그러하다.

그들이 시류에 흐르고 시세를 따랐다면

그들의 가르침이 오늘날까지 살아 생동하겠는가.

맹자가 "천하에 넓게 살며 천하의 바른 자리에 서며 천하의 한길(대도)을 간다,

뜻을 얻으면 백성과 더불어 함께 하고 뜻을 얻지 못하면 혼자 그 길을 간다,

부귀도 그를 음란하게 못하며 가난도 그를 바꾸지 못한다,

권력과 무기의 힘도 그를 굽힐 수 없다" 라고 했다.

이를 일러 대장부라 하였다   

예수가 하나님을 향한 한 조각 붉은 마음, 한 오리의 참 빛은 가난도 죽음도

어쩌지를 못하였다. 짐승의 성질을 좇아 넓은 길로 가느냐,

영성을 좇아 좁은 길로 가느냐는 저마다의 결심에 달려 있다. 

이것이 무서운 것이다. 저마다의 엄정한 책임이다.

좁은 길로 가야만 한다.

두리번거리거나 기웃거릴 것도 없다.

오로지 내가 떨어져 나온 하나님께만 돌아가는 것이다.

마지막 승리는 여기에 있다. 이보다 센 것은 없다.

예수가 십자가 위에서 나는 이겼노라 외치지 않았던가.

거기에 온 우주의 별들이 기뻐서 원무를 추고,

땅 위의 만물이 기뻐 환호를 보냈을 것이다.

이 우주가 열린 뒤 예수처럼 살았던 삶의 승자는 없었다.

빌라도의 뜨락에서 그의 머리에 씌어진 가시관은

승자의 월계관임에 틀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