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아 거기는 춥지야 .. 바람도 차갑게 불고.. 흰 눈이 내리고..

서울 장안동 시영아파트 5층 부엌에서 까만 구공탄을 갈던 엄마 등에 엎혀 

목청껏 울어 젖히고, 그 우는 바람에 돌사진을 찍느라 애를 먹었던 

그 때의 너의 모습이 떠오르는구나.

아름드리 세 그루 은행나무가 서 있던 인천의 정신빌라 3층에서는 

너 몰래 태어나 네 사랑을 빼앗은 동생 황이를 시새움에 몰래 울려 놓고, 

사랑을 빼앗긴 서름에선지 밤이면 흥건히 이불을 적시곤 했던

너의 아픔을 모르고, 아비는 줄곧 역정을 내었었구나.

그런 네가 어느덧 장정이 되어 장교 후보생으로 동계훈련을 받고 있다.

활아, 거기 밤이면 별들도 달빛도 밝지야 .. 집 생각이 나냐 ..

아비 얼굴도 떠오르고 .. 마음은 무슨 사연에 아파하기라도 하는 것이냐 ..

나는 네 아비로서 너를 자랑스러워 한다.

내 너에게 잘해준 바 없다마는 그렇게 건강하게, 그토록 착하게,

그리고 그만큼 열심히 살아가는 너, 내 아들인 것이 듬직하고 흐뭇하다.

활아 튼실히 관리해 주었던 고추가 한파에 얼지는 않겠지야 ..

지금의 너의 시절에 나의 시절이 바람처럼 스치운다.

미래는 어느날 축복처럼 다가오는 것 .. 내 그 때, 네 엄마를 알기나 했겠냐.

내 너를 이리 만나게 될 줄 하나님께서도 일절 통보가 없으셨다.

하지만 너와 내가 네 엄마와 우주에 하나 뿐인 네 동생 황이가 함께 있지 않느냐.

한결같이 흘러가는 가람의 물을 보고 공자가 탄식하기를, 가는 것이 이와 같구나,

밤낮으로 멎지 않는구나, 하였다. 공자는 강물이 흘러가는 모습을 보고

자신이 흘러가는 것을 느꼈던 것이다.

'나'라는 육체는 시간의 냇물에 떠내려가는 물거품 같은 것,

흘러가다 꺼지면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 육체에는 하나님의 씨앗이 담겨 있음을 잊지 말아라. 싹을 틔워라.

추위에 몸 잘 다스리고 동료들의 안전사고에도 마음 쓰기 바란다.

진리의 하나님이 너와 함께 하신다. 나와 네 엄마, 황이도 이 겨울밤 너를 응원한다.

미래의 너의 짝꿍과 아들에게도 정중한 대화를 시도해 보렴.

2011년 1월 6일 활이 아버지 이성만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