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하나님이 인류를 위해 예수를 이 땅에 보내신 날입니다.

나라마다 기념하는 날이 다르기는 하지만 감사해야 하고 하나님이 예수를 통하여

말씀하신 진리를 깨달아 살아가려는 다짐을 기념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점심을 하러 나가려다 주저앉아 이 글을 씁니다.

우리나라도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눈 내리는 성탄을 기대하기가 어렵고,

2010년 성탄을 하루 앞 둔 인천의 날씨는 눈이 부시도록 푸르고 춥습니다.

이맘때면 나의 기억은 해남 현산면 고현리에 있던 초가집 장로교회 예배당으로 달려갑니다.

고현은 해남 지역을 관할하는 조선시대 현감이 있던 고을이었습니다.

그후 현이 지금의 해남읍으로 이전을 했다고 합니다.

장엄한 태백의 끝자락이 두륜산으로 치달아 매듭을 짓고, 살짝이 대흥사를 넘어 온  

산과 물줄기가 크게 휘감아 도는, 아름답고 깊은 유자향 나는 마을입니다.

아주 오래 전 호남을 향하던 장로교 선교의 끝자락이기도 합니다.

나는 어린시절에 마당이 넓고 대청마루를 이어붙인 고현리 초가예배당에 다녔습니다.

논둑길로 들어서 젖망울 같은 야산을 넘어, 족히 오 리는 달려야 당도하는 교회를

다닌건 정 집사댁 때문입니다. 20여 가구 남짓한 안평리에서 예수 믿는 유일한 집이었는데 

큰아들이 아버지의 동갑네기 친구이기도 했습니다.

친구의 전도로 하나님을 믿게 된 아버지는 성탄이 돌아오면, 어머니와 함께 교회에서

호박떡이며 시루떡을 준비하고 집에 돌아오곤 했습니다. 하얀눈이 소복이 쌓인 고요한 밤에

산골의 새벽송을 돌고 마당에 들어서시며 털털 눈을 터시던, 그 아버님의 모습이

오늘도 못내 그리웁습니다.

이엉으로 말끔히 단장한 초가집 교회의 넓은 안마당을 들어서고, 키 작은 내가

동생과 친구의 도움을 받아 높은 디딤돌지방과 토방을 겨우 오를 수 있었습니다.

처음 받아본 상이 밥먹는 상이 아니라 공책이라는 사실과, 김이 모락모락 서리는 호박떡을

한웅큼 받아 집으로 돌아오던, 40년 넘은 세월의 기억이 지금도 나의 눈에 선합니다. 

오늘자 일간신문에 실린 정진석 추기경의 성탄메시지에 눈길이 닿습니다.

그의 성탄메시지처럼 세상의 모든 것은 상대적입니다. 하나님만이 절대적인 진리입니다.

그는 우리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깨닫는 사람이야말로 성경 잠언의 말씀처럼

지혜를 찾은 이, 슬기를 얻은 사람이라고 전합니다.

추기경의 지적처럼 세상을 흑백으로만 판단할 때 공동체는 화를 부르고 불행해집니다

모두에게 뜻깊은 성탄일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