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나 석가처럼 엄격하게 정치를 멀리하는 것이 더 옳은 것인가,

아니면 공자나 맹자처럼 정치에 관심을 갖는 것이 더 옳은 일인가.

나는 정치를 멀리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권력은 짐승 성질의 소산이라 근본이 폭력적이다.

그러므로 대개는 탐진치의 수성이 센 이들이 권좌에 오르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 둘레에도 그 비슷한 무리들이 몰려든다.

나도 그 근본적이고 다채로운 폭력성을 부추기고 거들었던 시절이 길었다. 

공자와 맹자가 월등한 정치철학과 정책을 갖고서도 실행할 수 없었던 것도

음흉하고 포악한 이들에게 밀렸기 때문이다. 공자와 맹자는 정치를 바로잡는 것이

사람으로서 사명이요 보람이라 여겨, 노자와 장자를 존경하였지만 

숨어 사는 그들이 못마땅하였다.

반대로 노자와 장자는 공자의 애씀을 어리석게 보았다. 애써도 안 될 일을

왜 하려느냐는 것이다. 공자가 앉은 자리 더울 겨를 없이 수레를 타고 

천하 제후들을 찾아다녔지만, 공자를 써 주는 이 없었다.

말이 좋아 주유천하지 공자는 14년의 세월을 허송한 것이다. 

그런데 땅의 나라를 죄악시한 진리를 깨달은 자 톨스토이가 딱

한 사람을 칭찬하였다. 에이브러햄 링컨이다. 그의 미소는 따사로운 햇살 같이

빛났으며, 그의 행동은 바위처럼 단단했고, 그의 인품은 친절과

관용으로 넘쳤다고 했다. 

동시대를 산 소로우 일기에서는 링컨에 대한 언급이 일절 없지만 

정치를 하려면 이쯤은 되어야 한다. 그러지 못할 바에는 하지 않음이 좋다.

오늘날에도 세상의 임금들은 대개가 못난이다.

불초자(不肖子) 임금에 어리석은 재상이요 대표들이다.

그들 때문에 바른 정치가 없고 정의가 불명하다.

정치를 멀리하고 참을 찾아가며 사는 삶이 좋다. 진리를 속이지 않고

참 나를 찾고 남을 살리는 일이다.

하나님의 심부름이 아니라면 나는 그 애굽의 땅 무리 속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다.

밤하늘에 보름달이 환한 박꽃처럼 나무에 걸려 있고,

저 멀리서는 별빛이 빛나고 있다.

구름에 가린 하늘을 보아도 이토록 시원한데 우주를 벗어나면 그 얼마나 시원할까.

문득 잘 살다 간 사람 목월이 그립고 지훈도 그립다.

정치를 멀리 함이 옳은 일임을 지혜서를 읽고 알아, 

나는 오늘 이렇게 적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