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점점 메말라가고 있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이기적인 생각과 행동들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여기 저기에서 눈에 띈다. 

팔순을 앞둔 이영자 할머니에게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이마트 입구에 기다리고 있으니

그리로 나오라고..

대강은 짐작이 갔다.

이영자 할머니는 이 맘 때 포도농장에 일하러 다니신다. 

추석이 가까울 즈음 할머니는 농장에서 가장 맛있는

것으로 골라 포도 한 박스를 갖다 주신다. 

아내 봉혜에게 고마워서라고 그러신다.

뭐가 고마운데 그러면 봉혜는 그런 일이 있다고만 말한다. 

우리가 올 때까지 포도 한 박스를 놓고 서성이고 계셨다.

우리가 오지 않으면 어떡하나 하고..  

올 해도 우리 가족은 맛 있는 포도 한 박스를 받았다.

오히려 우리가 드려야 할 텐데.. 

포도를 먹어보니 정말 달고 맛이 있다.

잘 익은 포도는 씨가 고소하고 껍질이 부드럽다.  

할머니는 우리에게 줄 포도를 얼마나 고르고 골랐을까.

언젠가 아내 앞에서 엉엉 우시던 이영자 할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

아내에게 더욱 살펴드리라고 했다.

이마트 버스정거장을 지나 지하철로 향하는 

할머니의 구부정한 허리에 저녁노을이 내려 앉는다.

할머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