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아침이다. 오늘은 한 시간 넘게 산책을 했다.

봉제산엔 못 가고 아파트 공원을 돌고 돌았다.

걸으며 복잡한 생각이나 일들이 정리가 된다.

나의 하루의 대부분은 아침 산책길에서 짜여진다. 

요즘 내겐 하나님의 은혜가 크시다.

방황치 말고 전념하라는 말씀이다.    

몇 주 전부터 이 곳에 옮겨 놓고 싶은 토머스 머튼의 일기가 있다.

1958년 9월 27일자 일기다.

아침 화장실에서 또 읽으니 참 좋다. 

화창한 가을 오후. 오늘은 무엇을 하려 하는가?

청명한 하늘에는 부드럽고 하얀 조각구름이 떠 있는데,

나는 내 영혼과 펜을 들고 일을 하려고 한다.

책에 파묻혀 메모를 하면서 하루를 보내지 않으련다.

정신없이 분주하게 정글을 헤메고 다녀야

내가 무언가를 한다고 느끼지만,

이 정글에서 자신을 잃어버리지 말고 빠져나와야 한다.

충동에 이끌리지 않고 자유롭게 글을 쓰고 싶다.

글쓰기는 사유이고 삶이며 기도다.

충분히 만끽하도록 내게 주신 시간이다.

무엇인가를 창조해 내도록 주신 것이 아니라

영원 안에 머물도록 주신 시간이다.

오후의 시간이 영원 안에서 자신을 위한 시간이 되어야 하기에

책이나 나의 것이 아닌 생각이나 필요하지 않은 것을

창조해 내려는 충동에 자신을 빼앗기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하느님의 일과 그분이 주시는 선물을 받아들여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것이다. 그분을 위한 일은

바로 나 자신이 제대로 사는 것이다.

삶의 거룩함을 중심 주제로 다루는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에 대한 연구를 어떻게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