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7월에 접어 들었다.

아침 산책 길에도 더위가 묻어난다.

어제 밤 늦게 지방을 다녀온 터라 얼굴이 붓고 몸은 무겁다.

오늘은 농부교실 아카데미가 있다.

밤에 씨앗이 싹 터 근대와 아욱이 국거리 하리만치 자랐다.

두 세 개의 오이는 수확을 해야 한다.

따지 않으면 맛이 덜하고 노각이 되기 때문이다.

수업을 마치고는 웃자란 상추를 종류별로

아랫 부분부터 따 조원들이 조금씩이라도 가져가면 좋을 텐데.

점심할 쌀과 무른 된장을 가져갈 참이다. 

대부분 조원들이 오늘 토요수업에 못 나올 듯하다.    

수업을 마치고 점심을 함께 준비하는 수고가

부담이 되기도 할 터이다.

틀밭에 심고, 뿌린 씨앗에서 자라는 식물들이 살아 있는 생명체

임을 세삼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오이와 호박의 넝쿨은 마치 사람의 눈 같다.

연한 가느다란 더듬이를 내더니 넝쿨이 나뭇가지에

안전하게 올라타도록 적당한 위치에 칭칭 감는다.

그 힘은 왠만한 바람이나 들쥐의 발에 걸려도 쉬이

끊어지지 않을 정도로 세다.

식물들은 마치 농부의 발소리를 알고 있는 것도 같다.

치커리는 밑둥을 솎아 주지 않았더니 며칠 사이에 꽃대를 올렸다.

자신의 불필요성을 감지하고는 생산을 멈추고

씨앗을 맺으려 하는 것이다.

Y자가 형성되는 고추나무 밑 부분의 이파리와

토마토의 곁순을 따주는 것은 열매를 실하게 열리게 한다.

토마토의 줄기가 곧게 자라도록 끈을 중간 중간

메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아, 오늘은 첫 농부의 첫 결실을 고슬고슬한 밥을 지어

상추와 깻잎에 싸리라. 오늘 나의 점심은 조히조히

하늘가에 찍어 두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