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죽 신록이 얼굴 내밀더니 이내 무성해지고 있습니다.
짧은 봄이 아쉬운데 오늘 인천의 기온은 20도를 넘나드네요.
나른한 오후. 여름은 일찍 시작될 듯 합니다.
나는 그리스도인인데 신비주의자는 아닙니다.
오히려 보수적 신앙에 가까운데 그런 내가 오늘은 몇 년 전의
꿈이야기를 적어둘까 합니다.
부러 지어낸 것은 아니니 읽는 이가 있다면 유익하시기를 바랍니다.
조심스러워 차일피일 미뤘더니 자꾸 희미해져서요.
아마도 2008년 늦은 가을 오후로 기억됩니다..
당시 나는 지치고 곤해 작은방에 이불없이 깊은 잠에 들었습니다.
옴싹달싹 못한 채로 온 몸이 어떤 차가운 바람같은 경련에 휩싸였는데
무슨 일이 일어나겠구나 하는 두려운 생각이 들었지요..
꿈속에서의 제 의식은 뚜렷했습니다.
그 곳이 꿈속이라는 것을 의식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리고는 누군가에게 간절하게 애원을 했드랬습니다.
천국(天國)의 모습을 보여달라고요.. 꼭 보고 싶었다고..
그랬더니 내 몸이 거꾸로 한 바퀴 도는 것이었어요.
영화에서 등 뒤의 비밀의 문이 뱅그르르 돌아 다른 세상으로 진입하 듯
아래에서 위로 제 몸이 도는데 자연스럽고 순식간이었지요.
그리고는 제 앞에 어떤 광경이 펼쳐졌어요..
나는 나의 위치를 전혀 알 수 없었지요. 나는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마치 나는 몸은 없고 눈 만이 있는 것 같았어요.. 적당한 높이에서
내려다보았는데 광경이 제 눈으로 빈틈없이 가득히 들어찼어요.
마치 전체의 광경과 내가 하나가 되어 있는 느낌이었지요.
전체를 묘사하자면 하늘, 바다, 해변, 꽃, 나무, 새소리가 한데 어울려
밝고 맑은 한 폭의 살아있는 수채화처럼 펼쳐져 있었어요..
조금 구체적으로 묘사를 해볼게요..
해변의 모습은 적당한 길이의 아름다운 곡선을 하고서 이어졌는데
누구도 밟은 적이 없는 깨끗한 모래사장이었어요
모래사장 위로는 꽃들이 성성한 모습으로 모래길을 따라 피어 있어
꽃그림자를 드리울 법도 한데 없었어요.
이파리없는 화사한 분홍빛 꽃덤불로 보아 절정의 진달래류 같았지요..
꽃덤불 위로는 키가 큰 성긴 소나무 숲이 있었구요.
특이한 것은 해변에도 숲에도 바다에도 한 점의 바람이 없었다는 거예요.
마치 티없이 맑고 상쾌한 공기가 흐름없이 공간에 가득하여
아주 편하게 호흡이 되었지요.
아름다운 새소리가 들리는데 새는 보이지 않았어요.
또 어디서 들려오는지 가늠할 수 없었는데 마치 숲을 꽉 채우듯
간간히 그러면서도 지속적으로 들리는 청명한 소리였지요.
그리고 아름답고 깨끗한 파란 바다가 펼쳐져 있었어요.
파도는 보이지 않고 갈매기소리도 뱃고동소리도 들리지 않았어요.
물소리없는 잔잔한 바다는 그지없이 평온하면서도 생동하듯
너무도 밝은 빛을 하고 있었지요..
마치 고요한 바닷물이 최상의 밝은 빛으로 반짝이다가 정지
돼 있는 장면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럼에도 눈이 부시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바다에는 자동차 바퀴를 단 통통배 한 척이 있었는데
배는 이륙을 준비하 듯 창공을 향해 있었고, 배의 절반 정도가 바다에
박혀 있는 모습이었어요. 항해하려는 자세가 아니었지요..
바다 위에는 흰 구름도 밝은 해도 없었어요..
그런데도 바다는 온통 더없이 밝은 빛에 정지된 반짝임이었어요
내 눈에 나타난 이 광경이 과연 천국의 모습이란 말인가..
어느새 그 광경은 내 앞에서 사라졌지요.
나는 다시 꿈속의 일임을 의식하고는 누구에겐가 또 간청했어요
조금 전 보았던 광경이 천국의 모습이라면 다시 보게 해달라고..
그러자 누군가 허락하 듯 내가 뱅그르 돌더니 같은 광경이 펼쳐졌어요..
멈춘듯이 살아있는 푸르고 맑은 하늘과 바다와 배, 더없이 밝은 꽃덤불과
소리없는 청명한 새소리 그리고 숲으로 연결된 해변 ..
이 때는 내가 꿈속에서 그저 환상을 보는 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어느새 그 광경이 또 다시 사라지자
나는 그렇게 말했어요. 한 번만 더 보여주세요.. 그러면 믿겠습니다.
그러자 누군가 같은 방법으로 저에게 같은 광경을 보여주었어요.
그렇게 저는 천국의 모습을 세 번을 보았던 것이지요..
이성적으로 논리적으로 과학으로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요..
나는 이 꿈을 통해 그런 생각에 도달했어요..
천국은 몸을 돌리면 만날 수 있을 만큼 우리들 가까이에 있다는 걸,
천국의 모습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는 걸, 그리고 천국은
시공간과 인간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어에도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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