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소꼽친구처럼 봉혜를 데리고 봉제산에 올랐습니다. 

산은 연분홍 고운 진달래로 가득합니다. 

찾지 않았어도 오랜 벗 처럼 기다리고 있습니다. 

봄처녀 치마자락 나부끼듯 살랑살랑 맞아주네요..

지난 겨울을 끝으로 나는 바람부는 이 산을 멀리했드랬습니다.  

산 아래로 3, 40층의 콘크리트 아파트를 짓는다며 둘러 쳐 놓은

넘지 못할 펜스 때문이기도 했지만, 뫔이 아팠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운 봉제산도 처음엔 종교시설이 들어서고 다음엔

학교가 지어지더니 이윽고 개발을 핑계한 

고층 아파트 인허가로 이어졌습니다. 

슬금슬금 누구를 위한 계획이었을까요..

이 생각 저 생각에 산을 오르고 내려오는데

스승의 그런 말씀이 떠오릅니다.

너무 많이 생각하려 들지 말라.

생각을 하려면 각성된 상태에서(알아차림과 함께) 하라.

필요한 것은 아는 마음이지 생각이 아니다.

알아차림은 지혜로 인도한다.

그러나 일반적인 생각은 지혜가 아니라 각성되지 못한 마음의

무의미한 헤멤일 뿐이다. 

이것은 필연적으로 마음을 동요하게 만든다.

이제 생각은 더 이상 할 필요가 없다. 이미 지나치게 생각을 해 왔고,

그것들은 단지 마음만 뒤흔들어 놓았다.     

미약한 지혜라도 일어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강박적인 생각들로 인해 심지어 눈물짓기까지 했을 것이다. 

그것들을 쫓아내도록 하라.

생각의 바다에서 헤매기만 한다면 결코 진리에 이르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지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