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아버님 산소에 한식성묘를 다녀왔습니다.

매년 찾아오는 날이지만 세월은 참 빠르게 지납니다.

아버님 가신지 엊그제 같은데 열여덟 해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늦은 아침에 만나 남동생이 운전을 하고 둘이서 철원으로 향했습니다.

평일인데도 의정부 외곽 길에 들어서니 성묘길을 나선 차량들이

눈에 띕니다. 무슨 생각들을 하며 가고 있을까요..

공원묘지에 들어서니 하늘이 맑고 바람이 보드랍습니다. 

동생과 함께 심어놓은 사철나무가 그 옛날 아버님의 머리카락처럼

짧은 스포츠머리를 하고 단정하게 앉아 있네요..

준비해 간 삽으로 눈비가 내리고 쌓이고 얼고 녹으며 

헐린 봉분을 나는 흙을 날라 다독이고 동생은 술을 따르고

둘이서 감사의 절을 올렸습니다..

기뻐하셨겠지요.. 가슴 아렸습니다.. 

아버님께 올리는 절의 의미를 이제야 조금 알 듯 합니다.

당신이 그리워 찾은 두 아들을 아버님은 다른 모습으로 지켜보셨습니다.

어머님은 우리들의 성묘길 안전을 염려하여, 그리고 우리의 행복과

자유를 위해 살아 생전 묘를 없애겠노라 하시지만,

산소를 찾아오는 것이 에너지가 되곤 합니다.

자식들을 위해 헌신하셨던 모습을 생각하면 우리들도 참

잘 살아야겠구나, 하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저 멀리 산봉우리에 흰구름이 떠 있습니다.

아버님을 누이며 나는 저 봉우리를 깃대 삼아 아버님의 잠자리를 부탁 했었습니다.

저 곳에서 우리를 보고 있는 건 아닐까요..

아버님 육체는 이 곳에 묻혀있건만 그 분의 생명은 죽지 않고 살아계십니다. 

지금쯤 하나님의 또 다른 정원에서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 계시겠지요.. 

아버님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