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갯벌로 해가 떨어진 저녁에 봉제산을 봉혜와 둘이서 올랐습니다.

어둑한 산길을 손전등 비추며 걷는 즐거움을 행여 아실런지요

말없이 앞에 서고 뒤에서 걸어도 무엇에 비할 바 없는 나의 애정행각입니다.

그동안 게으르게 읽어 온 달마어록 끝자락을 쓸어내리고 있습니다.

책을 덮기 전 형상은 마음으로 돌아간다는 달마의 강론을 적어두고 싶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경에 말씀하시길 무릇 형상이 있는 것은 다 허망하다 하셨고,

또 만약 모습으로 나를 보려거나 음성으로 나를 찾으려 하면

이 사람은 삿된 도를 행하는 것이니 여래를 볼 수 없으리라 하셨다.

이것으로 미루어 보건대 나타나 있는 현상들은 진실하거나 바른 것이 아님을 알지니라,

과거에 부처님들이 닦으신 공덕 또한 다른 말씀이 아니라 마음을 논하신 것이라,

마음은 부처님들의 근원이기도 하며 온갖 죄악의 주인이기도 하다.

위없는 참된 즐거움이 자기의 마음으로 생겨나고 삼계의 윤회 또한 마음에서 일어난다

마음이 세간을 벗어나는 문턱이고 해탈의 나루터이니 출입구를 아는 사람이 어찌

이루지 못할 것을 염려하며, 어찌 도달치 못할까 근심하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