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제 봉혜와 황이를 데리고 아버님 산소를 다녀왔습니다.

추석 연휴에 비가 온다 하니 잘 다녀왔다 싶습니다.

가고 싶다던 큰 손자 활이를 데려가진 못했지만 활이가 

산소 인근의 부대로 배치될지 혹 모를 일이지요.

아버님의 유해를 모신, 신철원에 있는 목련공원을

이 가을에 찾는 것은 기쁜 일입니다.

목련공원은 경관이 수려하고 공기가 상쾌합니다.

구름은 푸른하늘에 흰 물감 풀어 놓은 듯 합니다.

지난 여름 장대비에도 허물어진데 없는 목련공원이 고맙습니다.

아버님 묘와 이웃 묘들의 잔디가 예쁘게 깍여 있습니다.

젊은 시절에 스포츠머리로 지내신 아버지를 생각나게 합니다.

아버지는 추석이 가까오면 우리를 일평리 이발소에 데려갔지요.

키 작은 우리가 의자 위에 판대기를 덧 대고 앉아야 

이발소아저씨의 바리깡과 가위손질이 수월했어요.

고개를 들면 날개 달린 천사가 사진 액자에서 튀어나올 것

같아 무섭기도 했지요.

몇 해 전에 아버님 산소에 심어둔 두 그루 사철나무가 잘 자랐습니다.

나무가위로 생전의 아버님 헤어스타일을 생각하며

둥글게 둥글게 깍았습니다. 

저 아래에는 지아비를 성묘하는 아낙과 그의 두 딸이 보입니다.

얼굴을 보니 나와 아내의 또래일 듯 합니다. 

무슨 사연으로 짝이 세상을 떠난 걸까요. 

이 곳 목련공원에는 이 곳 목련공원을 성묘다니던 이들이  

잠들어있기도 합니다.

공원 마당에 차를 세우고, 돌돌 흐르는 시냇물에 손을 적셨습니다. 

얼굴도 씻었습니다. 그 곳의 약수는 언제나 물 맛이 좋습니다.

하늘을 치어다 봅니다.

코스모스 핀 신작로에 밤이 익어가고, 저들의 육체는 시냇물로

흘러 우리의 목젓을 적시기도 하건만,

저들의 마음은 지금 어디에 있는 건가요.

그리움에 메밀축제를 앞 둔 봉평리를 찾았습니다.

아버지의 밭을 닮았습니다. 

냇가 돌작밭에 아버지는 메밀 씨앗을 뿌렸지요.

돌보지 않아도 척박한 땅에서 잘 자라는 메밀은

좁쌀만한 하얀꽃이 지면, 그리움처럼 옛이야기처럼

각진 모서리의 알곡을 드러냅니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을 닮은 주인이 운영하는

춘천외곽의 식당에서 매밀국수를 맛있게 먹고,

밤 9시가 넘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잘 산다는 것은 하나님을 공경하고, 겸손하게 사는 거라고,

꿈에서 손짓하시고는 메밀꽃 만발한 밭둑길을 걸어

나의 아버지가 사라져 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