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집에서 가까운 봉제산보다 15분을 더 가야하는

문학산을 오릅니다. 봉제산 모기는 드세고 가렵기가 더해 

가을바람이 차가워지기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집에서 은마를 몰아 문학산 아래에 도착합니다.

가급적 인적이 드문 시간에 맞춰 오르고 내리는데 약 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산자락을 내려올 때면 어둑한 땅거미도 만납니다.

야간산행의 묘미를 알게 된 황이와 아내가 손전등 두 개를 샀습니다.

황이는 앞서 가고 나는 봉혜 앞길을 비추며 내려올 때

손전등으로 신호 하기도 합니다.

느린 깜박은 이상무, 빠른 깜박은 용무 있음.

황이가 재미있나 봅니다.

나는 이런 산길에 어린시절부터 익숙해 있습니다.

나뭇짐을 지고 내려올 아버지와 어머니를

해가 진 산길에서 기다리곤 했으니까요. 

나는 내일도 예의 산길을 오르려고 합니다.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말입니다.

집에 돌아와 세계육상선수권대회 피날레를 시청했습니다.

예상을 빗나간 더운 날씨와 높은 습도에도 아랑곳 않고,

말썽 많은 대한민국을  관심있게 보아준 선수단과 자원봉사자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냅니다.

100미터 경주 실격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즐거움을 안겨준,

익살스런 미소의 장난기 많은 우샤인 볼트,

그의 나라 자마이카에도 가보고 싶습니다.

온 세상의 경주가 끝나니 문학산의 밤이 깊어갑니다.

잘 가요, 이국의 선수들.

베로니카 캠벨, 카멜리타 지터, 앨리스 펠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