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 며칠 아직 의학적으로 규명하지 못했다는 몸살감기를 심하게 앓았습니다.

지난 주에 했던 장거리 성묘길 운전과 과도한 운동이 원인이 아닌가 짐작됩니다.

채식과 소식위주의 식사를 권하던 몸의 신호를 무시한 탓도 큽니다.

이틀을 집에서도 사무실에서도 끙끙거렸습니다.

불덩이 몸에 더부룩한 윗배의 통증까지 느끼며 앓았는데, 

몸이 아프다는 건 마음도 함께 아프다는 걸 이제사 알았습니다.

병이란 한 가지 원인에서 발생하기보다 여러 가지 원인이 합해져, 

통제불능 상태에 이르러 드러나는 것이 아닐런지요.

병이 나을 때에도 한 가지 원인보다는 관련된 부분들이 

복합적으로 회복되어 나타나는, 복귀라는 생각을 금번에 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운동장에 나가지 않고 대신 봉제산 산책을 하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소식, 휴식, 신선한 공기는 나의 지친 몸을 회복해 준 탁월한 영양분이었습니다.

사실 우리의 몸은 스스로를 치유하는 다정하고 영리한 구석이 있습니다.

다스리지 않으면 위험스러우나 우리의 위대한 영을 담고 있는 보석그릇이기도 합니다 

산을 내려오는 길, 장대로 호두 따는 어른을 도와 호두 두 알 얻어 왔습니다

그 딱딱한 호두알을 품에 안고 여름을 키운 푸른 열매가 새삼 대견해 보입니다

2011년의 봉제산이 가을빛에 물들고 나의 몸도 가을에 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