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뜰에 나섰더니 겨울공기가 차갑습니다.

경비아저씨가 쌩하니 자전거를 타고 순찰을 돌고 있습니다.

하늘에는 아직 별들이 성성하게 반짝입니다.

하나님이 주무시지 않고 석가와 예수랑 반짝이는 금강별들로

공기놀이를 하고 계십니다. 하얗게 옷을 벗은 산수유와 목련이 

말간 얼굴로 구경을 하고,

덩그러니 한 알 남은 모과가 뜬 눈으로 망을 보고 있습니다.

어젯밤 아껴 두었던 김연수선생의 명상에세이 끝부분을 읽고 있습니다.

우리 곁에 이런 분이 살고 있어 행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동안의 생각도 정리해 둘 겸 이곳에 독서후기를 적어두려고 합니다.

그가 적어 언급한 깨달음처럼 우리의 참모습은 살아 있는

우주적 근원의 드러남입니다. 나무의 생명이 나뭇잎에 드러났다가

나뭇잎이 떨어진다고 해서 나무의 생명이 소멸되지 않듯이,

우리 또한 이 전체 우주를 있게 하고 움직이게 하는

근원적 섭리이자 그의 힘입니다.

우리는 분리되어 떨어지는 나뭇잎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하나의 생명 현상 속에서 나무 전체와 나뭇잎을

둘로 분리할 수 없듯, 우리는 이 우주 전체와 본래 하나이며

분리할 수 없는 우주 전체 그 자체입니다.

하나의 나뭇잎에 불과한 육체는 소멸할지라도

그 영원한 생명은 다시 수많은 나뭇잎을 창조합니다.

이것이 우리의 본래적 존재 방식입니다.

이 근원적 배경으로부터 지금 이 물질우주가 나타났으며,

그의 살아 있는 위대하고도 영원한 에너지에 의해

세상의 모든 존재들을 감싸고 살리며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여기 바로 우리가 그 힘의 나타난 현상입니다.

우리는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질 육체이거나,

수없이 변화하는 생각이나 감정, 감각 따위들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이제 있고 없음이라는 생각, 감정, 감각, 관계,

시간, 공간 속의 학습된 생각상자로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과거로부터 알던 우리로부터 벗어나는 해탈의 방식입니다.

우리는 본래 항상 스스로 있는 자이었으며 매 순간

무한한 가능성의 새로운 존재입니다.

이렇게 존재하기로 스스로 결정한 자가, 있고 없고

이전에 공하면서도 충만한 본래 존재의 자리에 깨어난 자입니다.

우리이고 나 입니다.